책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은 제목에서처럼 '우리 동네 사람들'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올 때 우리 동네는 시골풍경과 가까웠습니다.
조카가 ‘와~ 시골이네.’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높은 건물이라고는 4층짜리 빌라건물 3채가 전부였고,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이 더 많은 조그만 구멍가게 하나에
근처에서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어린이학원이 하나,
그리고 그 건물 1층에 있는 세탁소와 안방분위기의 이름만 번듯한 마을회관이 한 개,
그네와 시소가 놀이기구의 전부인 놀이터가 한 개로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보다는 공터가 더 많았습니다.
동네 앞에 위치한 3번 국도를 건너면 갈대와 같은 잡풀이 우거진 비포장도로에
아주 가끔씩 버스가 먼지를 날리며 다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2000세대정도의 아파트 단지가 생기고
초등학교 건물이 생기고, 그에 따라 학원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죠.
우체국건물만 빼고는 차를 타고 이동하지 않아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아는 이웃들보다
모르는 이웃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사진집 '우리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비록 같은 분은 아니지만
그곳에 제lass="바탕글">만나고 싶었던 분들이 다른 모습으로 계셨기 때문입니다.
새로 생긴 아파트단지의 세탁소에 밀려 세탁 일을 접으신지 한참이 되었지만
가끔씩 필요한 실이나 고무줄을 조금만 팔라고하면
필요한 것 이상으로 무료로 나누어 주셨던 세탁소아저씨도 만날 수 있었고,
길 건너에 생긴 대형마트에 떠밀려 이 동네를 떠난지 오래되었지만,
물건 값이 조금 모자라서 머뭇거리면 '다음에 주면 되지!'라며
먼저 봉투에 물건을 담아 건네시던 마음이 넓으셨던 주인 부부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낮에 약주를 드시고 기분이 좋아서 가끔은 아이들에게
과자도 사주시는 3층 할아버지도 계시네요.
‘우리 동네 사람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우울한 기분이다가도 사진집을 펼쳐 들고 보다보면 그들의 웃음 바이러스가 제게도 감염이 되는지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얼굴의 주름이 깊어 표정이 잘 안 드러나는 할아버지도 웃고,
앞니가 빠진 조그만 여자아이도 수줍게 웃고,
은으로 아랫니를 덧씌운 시장아줌마도 웃고,
반항기로 가득찬 노란머리 사춘기의 아이도 웃습니다.
사진집이지만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쪽면에는 사진 속 인물들의 말이 담겨 있습니다.
짧지만 그 분들의 주변 상황이 대략 짐작이 됩니다.
책을 보다가 후반부분에 흰백지로 몇 장이 있어서 인쇄가 잘못된 것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의도적인 편집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시죠?
사진집 뒷면을 보시면 된답니다. ^^
책을 받아 보고 펼쳐보았을 때 처음엔 제본이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
한 장 한 장이 금방이라도 책에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런데 그 역시 알고 보니 특허 받은 ‘누드양장제책’이라고 하네요.
책표지를 벗겨내면 옛날 서적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요.
새까만 표지에 하얀색 글씨로 적힌 제목과 겉으로 드러난 제본실...
그래서 저는 일부러 표지(표지도 예쁘지만)를 벗겨내고
책상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고 할까요...
사진집이기 때문에 읽는 활자를 읽는 재미에 비중을 많이 두는 분들보다는 시각적인 느낌도 좋아하시는 분들께 더 많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진집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사진집은 처음이지만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빠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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