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른 책과 비교불가능하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다. 실제로 사운드 아트를 다룬 한글로 된 단행본은 이 책 밖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운드+아트 - 미디어 아트와 사운드웨이브의 만남』은 동시대 한국을 비롯 다양한 문화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운드 아트 관련 실험과 연구를 소개하려는 시도였던 SFX 2007 (Sound Effect Seoul 2007 http://www.sfxseoul.org) 행사의 결과물로 출판되었다. 이 행사는 국내 및 해외 작가들의 사운드 아트 전시와 사운드에 관한 컨퍼런스를 함께 진행하여 국내외 작가들과 전문가들 사이의 사운드 영역에 관한 생산적 논의를 활발히 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꾸려진 것으로 2008년 행사에서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형태를 통해 대안적 소통을 모색하기도 했다. 책은 세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첫 번째 장에서는 전시 작가들의 설치, 퍼포먼스, 영상, 워크숍 등의 작업들이 소개되고 있으며, 이어지는 두 번째 장에는 사운드 아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노이즈, 즉 소음의 의미에 관한 고찰이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음악과 사운드 아트의 접합점에 대한 논의들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행사를 기획한 바루흐 고틀립을 비롯하여 참여 큐레이터와 작가들의 글이 취합되어 있어 사운드라는 매체에 접근하는 다양한 입장들을 읽을 수 있다. 음향 환경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운드의 탐험자들'인 그들의 글에는 일종의 순응, 기대, 비판 등 다양한 태도들이 섞여있다. 그들은 관객에게 '수동적인 청자'에 머무는 대신 '적극적인 청자'가 될 것을 요청하며, 그동안 추방자들', '웅얼거림', '제거해야할 것'으로 여겨졌던 노이즈의 전복적 의미를 강조한다. 또한 미디어 아트에 관한 연구와 비평에 박했거나 무관심했던 한국의 비평 풍토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이 제목만큼 사운드 아트의 다양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선정된 작가들 또한 경향적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인상이 짙다.『사운드+아트』는 사운드 아트에 관해 드는 수많은 의혹을 해결하거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읽으면서 같은 의문을 던지는 이들을 발견하고 의혹을 재확인하며, 결국은 더 많은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그 의문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반가운 것이기도 하다. 그 의문들이 더 첨예해져도 좋을 것이다.

 

사운드는 영구적으로 전시되거나 유효한 방식으로 기록되기 힘들다. 그러한 특성이 사운드 아트가 가진 하나의 난점이자 전복적 가능성의 지점이다. 이 책에서 역시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데에 종이 위 활자와 스틸이미지의 조합은 그다지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사운드 아트 관련 논의와 출판이 더딘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그러한 특성과 관련하는지도 모르겠다.

 

 

 

 

글. 김신재 (앨리스온 수습에디터, momomom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