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나무'를 읽으면서 베르베르의 기발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쉽게 풀어 내는 솜씨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이라는 제목보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라고 책 상단에 적힌 작가의 이름을 보고서 선뜻 집어 들었다.

그의 소설은 우연히 들리게 된 서점에서 책을 탐색하다가 만나게 되는 책이라기 보다는  방송이나 매체들을 통한 홍보를 통해서 만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인간'은 그런 궤도에서 이탈한 책이란 생각에 더욱 흥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가 처음으로 쓴 희곡이라고 하는데 막상 책장을 펼치면 기존에 알고 있던 희곡의 형식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일반적으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있고 옆에 지문과 대사가 씌여있지만 그런 표시가 없으면서도 희곡의 느낌을 전달한다.

등장인물이라고 해야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외계인 2명이 전부이고 장소의 변화도 거의 없다. 남자와 여자가 갇힌 유리벽으로 둘러 쌓이 공간과 유리감옥 바깥의 공간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 쌓인 공간(감옥과도 같은 공간)에서 화장품회사 연구원인 남자와 서커스단의 조련사였던 미모의 여성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유리감옥에서 깨어 나게 된다. 그들이 어떻게 그들이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모르고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다만 추측을 할뿐....

그리고 치열하게 다투기도 하고 때론 화해도 하면서 적응해 나간다. 결국엔 지구라는 별은 멸망했으며 자신들이 마지막 남은 지구인이고 자신들은 외계인의 애완동물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영화 '맨인블랙(1편)'을 보고 났을 때와 거의 같았다. 그래서 '혹시 작가 역시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연극으로 만들어져서 호평을 받았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책보다는 연극으로 먼저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연극으로 만난다면 좀 더 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같기 때문이다.

누가 주인공인 라울과 사만타로 어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