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의 벤처 사업가 시바의 여왕

 

“솔로몬 왕과 시바의 여왕”에 대한 이야기는 성경이나 영화를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3천 년 전에 살았던 이 두 남녀의 이야기는 결코 로맨틱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흔히들 알고 있듯이 시바의 여왕은 솔로몬 왕의 지혜를 시험하고 칭송하기 위해서 그를 만나러 갔던 것이 아니라, 향료와 향신료 등을 거래하기 위한 교역로를 뚫기 위해 여자의 몸으로 그 험난한 아라비아 사막을 건너 예루살렘까지 갔던 것이다. 그 시절에 대상을 이끌고 도적들이 빈번하게 출몰하는 뜨거운 사막을 가로질러 예루살렘까지 여행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모험이었고, 그런 점에서 시바의 여왕은 어쩌면 인류 최초의 벤처 사업가였는 지도 모른다.

몇 달씩 걸리는 먼 길을 헤치고 와서 남녀가 만났으니 낭만적인 사건이 없었을 리 있나.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둘 사이에 메넬리크라는 아들이 태어났겠지. 솔로몬은 몰라도, 자기가 다스리는 왕국을 더욱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온몸을 던져 사막의 교역로 개척에 나선 시바의 여왕은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자였을 것이다. 솔로몬과의 관계도 성경이나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틀리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주도권을 행사한 쪽은 시바의 여왕이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나온 유물이나 역사 자료를 근거로 한 얘기니까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발로 쓴” 역작이다. 저자인 니콜라스 클랩은 다큐멘타리 제작자이자 고고학 분야의 저명한 강사이기도 하다. 그는 사막 속 어디엔가 묻혀 있을 시바 여왕의 무덤을 찾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성경을 비롯한 관련 서적과 지도, 여행 기록, 조각, 비문, 건물, 무덤 등을 섭렵하지 않은 것이 없고, 자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디든지 달려갔다. 이 책은 그런 노력의 결과로 탄생했다.

여왕의 무덤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녀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전설처럼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여왕은 정말 어디에 누워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