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도전적인 실험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의 언론인 김수종 씨가 인터넷 포털 다음(daum)이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하게 된 배경과 영향력 등을 분석하여 쓴 책이다. 제목만 보면 다음을 홍보하는 책 내지는 경영 원칙에 대해 소개하는 책인가 싶기도 하지만, 내용을 보면 기업과 지방의 윈-윈을 추구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한, 지극히 '희망제작소의 희망신서'다운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관점에서 나에게 매우 의미가 있었다. 첫째로 한 학기를 남겨둔 예비 대졸자이자 취업 준비생의 입장에서 직장의 위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해주었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현재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며 서울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 모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신 케이스이며, 수도권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는 것이 굉장한 핸디캡으로 느껴졌었던 만큼 굳이 지방으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직장도 서울에서 잡고, 서울이 아니라면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내가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더 나은 근무 환경이라는 것은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수도나 대도시에 위치하고, 문화적, 교육적으로 환경이 좋다고 해서 좋은 근무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사례처럼 생각을 전환하면 회사에서 10~20분 거리에 살면서 편하게 통근하고, 천혜의 자연 환경을 누리면서 여가를 즐기거나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것이 교육이고, 그것이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역량에 따라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업무의 능률을 높여주고 기업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둘째로 기업이 향후 입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 어떤 요소가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기업이 입지를 선정하는 데 있어 고려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한국지리 시간에 배운 것처럼 노동력이나 원료가 모여있는 곳으로 정하기도 하고, 산업 내 기업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정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1,2차 산업 위주여서 어쩔 수 없었지만, 현재와 같은 정보화 시대에는 인터넷이 곧 원료이고 웹을 통해 소비자에게 바로바로 도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기업은 입지를 고려함에 있어 전통적인 요소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약하다. 오히려 서울과는 다른 환경에서 근무함으로서 창조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 도시 제주에서 더 쉽게 세계로 접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의 제주 본사는 기업 자체에도 이익이 되겠지만, 근무하는 사람의 능률을 높여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블로그, 미디어 쪽에 관심이 많고, 이런 계통의 직장에 근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곳이리라.

 

인터넷 기업이 발전하려면 창의적이고 세계적 기준의 인력을 확보하고, 그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은 그런 환경을 만들 수가 없다. 천문학적인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는 회사와 직원의 정신을 빼앗는다. 직원들이 출퇴근에 허비하는 시간과 에너지 역시 그들의 창의력을 좀먹고 있다. 이처럼 서울은 거주하는 대가가 비싸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물리적 거리는 소멸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 가치가 큰 제주에 글로벌 경영의 기지를 만들자. (다음, 서울 중심의 사고에 제동을 걸다 中 p.33)

 
 

이제까지 읽은 희망제작소 관련 책들은 모두 재미있었다. <희망을 심다>도 좋았고, <불멸의 신성 가족>은 약간 자극적이었지만 내용 자체는 많은 공부가 되었고, 이번에 읽은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역시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고민해보게끔 해주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앞으로 나올 책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