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째 서두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더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철학에 대한 책이다보니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자연히 서두부터 하고 싶은 말이 늘어나서 오히려 어떤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거두절미하고 책 소개부터 하겠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은 <철학과 더불어 경영하기>의 저자 외제니 베글르리의 책이다. 철학박사인 그는 현재 기업에서 철학 자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외부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철학을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역시 철학사나 사상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어 읽기 쉽고, 자신에 대한 신뢰와 타인에 대한 이해, 시간, 사랑, 자유, 죽음 등의 문제에 대해 철학자들이 어떻게 접근했는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이 좋았다. 실생활에서 느끼는 고민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아무 말 없이 이 책을 건네주고 싶을 정도다.

 

미래에 대해 아주 자세한 계획을 세우는가? 예측하지 못한 행복한 일을 놓칠지도 모른다!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가? 하지만 바라는 것을 착각하기도 한다! 운명을 사로잡기 위해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가? 그러나 부정적인 것에도 좋은 점은 있는 법이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편을 선호하는가? 그렇다면 그대의 강에는 물고기가 거의 없다! (p.54)

 

 

이 책은 총 7장(chaper)으로 되어 있으며, 각 장은 소개글과 철학자와의 만남으로 나뉘어져 있다. 철학자와의 만남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부터 마키아벨리, 칸트, 니체, 한나 아렌트에 이르는 서양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사상을 짤막하게 설명하고, 그들의 사상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깨달음이나 조언을 경구처럼 소개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설명만 늘어 놓았다면 지루했을 것이고, 너무 현실적인 조언에 치우쳤다면 철학서로서의 기본을 다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을텐데, 이 책은 양쪽을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점에서 철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읽어볼 만하다.

 

 

유일한 개인으로서 우리가 겪는 고독에 우리의 문화는 울분과 외로움을 더했다. 우리의 이타주의는 실망감으로 곪아버려 본질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친근감이라고는 거의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타주의를 위반하면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이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우리는 삭막함과 죄책감 사이에서 자신의 무게를 그저 홀로 감당해야 할 처지다. 이때 우리는 마음에 가득한 씁쓸함과 혼란을 쏟아버리려고 다른 이들을 향해 다가간다. (p.128)

 
 

바이브의 <그 남자 그 여자>라는 노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 땐 사랑이 이별인 줄 모르고..' 만나면 헤어지고 사랑하면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은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한다. 한 사람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울고 웃는 날이 있는가 하면, 매정하게 등을 돌리고 그에 관한 기억을 지우는 날도 있다. 이쯤 되면 내가 이타적인 인간인지, 이기적인 인간인지조차 구분이 안 된다. 아니, 그보다 먼저 이렇게 멍청하고 잔인한 사람이 진짜 나인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지' 연인이나 친구에게 묻지 말고, 때로는 철학자들에게 답을 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철학관 점쟁이들보다는 용하다.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굉장히 풍요로워질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 고민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날이 오기는 올까?)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은 '더 나은 나의 삶'을 위해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