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1인 미디어를 통해 상당한 양, 높은 질의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의 블로거들이 보수를 받는 전업 블로거가 아니라 취미나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인데, 이는 '공짜 점심은 없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를 역설하는 기존 경제학의 인간관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운영할 시간에 일을 한다면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블로그에 올리는 정보를 매체에 기고한다거나 출판을 한다거나 기업에 판매할 경우에도 경제적인 이윤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왜, 나를 포함한 다수의 블로거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인터넷 상에 공유하고 끊임없이 전파시키려 노력하는 것일까? 

 

 

 

15년간의 인터넷 실험 동안 무료는 디지털 세상의 기본으로 점점 자리를 굳히고, 유료는 점점 설 땅을 잃었다. ... 라디오헤드에서 나인인치네일스에 이르는 음악가들은 이제 인터넷으로 그들의 음악을 일상적으로 무료 공급하고 있다. 그것은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을 접촉할 수 있고, 보다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팬들 가운데 일부는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고, 고급 버전을 돈을 주고 사서 듣는다. (p.36)

 

베스트셀러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이기도 한 크리스 앤더스의 신작 <프리(Free)>는 현재 인터넷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실증이자 미래에 대한 예측 보고서와도 같은 책이다. 저자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공유 및 배급 비용이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통적인 경제 관념이 무너지고 '공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출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이버, 구글, 유튜브, 위키피디아 등 인터넷 서비스의 대다수를 사용할 때 유저들은 화폐를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광고를 보거나, 기업이 시장 조사에 활용할 데이터를 제공한다. 또는 공짜로 주어지는 서비스와 차별되는 실제적인 경험을 구매하기도 한다. 가령 <소녀시대>의 팬은 CD보다 훨씬 저렴한 음원을 구입하는 대신(혹은 그마저도 구입하지 않고 무료로 듣는 대신) CD보다 몇 배는 비싼 콘서트 티켓이나 굿즈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라도 구입할 것이다.

 

 

'풍요의 사고'는 무엇이 앞으로 더 저렴해질 것인지 찾아내고,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무엇이 더 가치 있어질 것인지 연구하여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장의 엔진이다. ... 과거의 풍요는 자원이 풍부하거나 노동력이 저렴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들로 구성되었다. 반면 오늘날의 풍요는 실리콘과 유리섬유의 땅에서 생산된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p.94)

 

요지는 아이디어는 궁극적으로 풍족한 상품이고, '제로'의 한계비용으로 널리 보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업들은 지적재산권 보호법을 통해 그러한 아이디어들의 확산을 막아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창출함으로써 수입을 올리고 있다. 특허권, 저작권, 그리고 기업기밀이 바로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특허권은 만료일이 있고, 기밀은 새어나가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의 확산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pp.136-7)

 

 

<프리>는 바로 이러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새롭게 발현되는 인간들의 속성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책이다. 저자가 제시한 예시 중에는 블로그처럼 이미 우리에게는 공짜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도 있고, 아직 무료화되지 않은 음원이나 영화, 드라마 파일 등에 대한 얘기도 있다.

 

특허권, 저작권, 기업기밀 등이 점점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는 다소 파격적이다.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최근의 창작자들은 저작권 대신 자신의 아이디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얻게 되는 혜택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블로그에 리뷰를 써서 올리면 누군가 표절을 하거나, 심지어는 학생들이 독후감 과제로 제출하면 어떡하냐는 우려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얘길 듣고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리뷰를 보고 조금이라도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독후감 과제로 제출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흠흠...)

 

 

 

지역 정보 자체는 예전보다 더 많아졌지만, 정보원이 뉴스 전문 기권이 아니므로 '(뉴스의) 질'을 약속할 수 없어, 특정 뉴스가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 아닌지 구글이 직접 알아봐야 한다. 사실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p.210)

 

요컨대 좋아서 무료로 하는 일이 월급을 받기 위해 하는 일보다 종종 더 즐겁다.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지만, 매슬로우가 보여준 것처럼 먹는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창의력도 발휘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으면서 사회에 공헌할 기회는 매슬로우가 다른 욕망들보다 중요하게 평가한 자아실현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웹에서 자발적 참여가 넘쳐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웹 덕분에 사람들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무엇인가에 기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무엇인가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행복하기 때문이다. (p.296)

 

 

이외에도 정보의 질 문제 등 '공짜'로 제공되는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나와 있다. 어떤 얘기든 수년 안에 국내에서도 공론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미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주변에는 공짜로 제공되는 것들이 늘지 않았는가. 텔레비전, 라디오 같은 수신기가 없어도 인터넷으로 공중파 방송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신문을 유료로 구독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읽으면 된다. 책보다 저렴한 e-book을 읽는 사람, 학원 강의보다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앞으로는 무엇이 더 싸지고 공짜가 될까?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한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