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읽어야 할 정치학 교과서 
          짐 월리스의 <하나님의 정치>, 영적 가치의 정치적 비전 제시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복음주의 크리스천을 대변하는 짐 월리스(소저너스 대표)가 쓴  <하나님의 정치>는 결론적으로 '정치가 종교적 이슈'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사회를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복음주의 정치학 교과서다. 

   짐 월리스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며, 이 믿음을 토대로 기독교인이 신앙과 사회를 분리하는 이원론을 초월하여 이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기독교인이 현실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에 과거 복음주의 진영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대개 가짜 전투일 경우가 많았다.  

   즉 종교 이데올로기를 수호하거나 세속과 교회를 분리하여 모든 세속적 기준으로부터 교회를 떼어 놓기 위해 열심히 세상과 전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흔히 이런 행태는 종교 우파라는 혐오스런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종교 우파와는 반대로 진보적 엘리트로 자처하는 자유주의자들 역시 종교 자체에 지나치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모든 종교인을 종교 우파로 치부하는 잘못을 범했다. 

   저자는 이 양 진영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이런 잘못된 전쟁 대신에 선지자들과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예언자적인 믿음을 지키기 위한 진짜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선지자들의 믿음은 신앙과 세속주의 사이의 싸움에 정열을 낭비하지 않고 언제나 현실을 비판하되 그런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신앙이다. 이들이 벌이는 전투는 종교적 이상을 장밋빛 꿈으로 치부하고 어떤 변화도 추구하지 않는 냉소주의에 맞서 희망을 선택하기 위한 노력이다.

   저자에 따르면 냉소주의는 똑똑하고 비판적이며 한 때 이상을 품었던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숨는 은신처다. 냉소주의자는 십중팔구 현실을 바꾸려다가 실패한 사람들이다. 냉소주의자들은 희망을 품고 적극적으로 운동을 벌였으나 실망감을 느끼고 더 이상 운동에 동참하지 않기 위한 핑계로 냉소주의를 택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냉소주의는 특유의 매력도 있다. 일단, 상황이 변할 것이라 믿는 어리석은 몽상가로 보일 염려가 없어진다. 실망할 위험도 없다. 또한 쓸데없이 보이는 사회적 명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 없이 자신의 안전만 좇아도 괜찮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사람이 왜 나타나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대신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가 바로 희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짐 월리스는 이 같은 희망의 증거들이 실제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1960년대 흑인 교회들이 이끄는 공민권 운동이 극심한 폭력 속에서도 결국 1964년 공민권법을 실현하고 1965년 투표권을 획득한 경우, 그리고 남미의 군부와 필리핀 독재자 마르코스, 세르비아의 밀로세비치 정권을 붕괴시킨 비폭력 저항운동이 그 예다.

   또 최근 개인적인 신앙을 자연스럽게 사회 운동으로 연결시키는 신세대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이 배출되기 시작한 것과 일반 대학교보다 많은 사회 정의와 관련된 과목을 채택하고 있는 노스파크 대학과 같은 복음주의 대학교가 증가하는 것도 희망의 증거들이다.

   또 2002년에 미국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떤 차를 운전하실까?”라는 뜨끔한 질문을 던지며 전개되고 있는 복음주의 진영의 이른바 ‘피조 세계에 대한 청지기 활동’도 그것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은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2004년 대선 직후 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냈다. 부시처럼 독실한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출범 후 지금까지 보여준 실용주의 노선 속에는 어떤 종교적 가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영적인 가치가 어떻게 정치를 통해 구현될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쓴 약이 될 것이다. (2008. 10. 23. 뉴스앤조이 / 이승균)

 
   저자  짐 윌리스(Jim Wallis)
   오늘날 미국 정치와 종교를 아울러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로 꼽히는 짐 윌리스는 한해 200여 차례의 강연과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의 칼럼기고 및 라디오와 TV출연을 통해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대안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고, 그를 <타임> 은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50인의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교회와 사회에서 경험한 인종 차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그는 미시간 주립대학교 재학시 반전 운동과 흑인 공민권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신학 공부를 위해 들어간 트리니티 신학교에서 몇몇 동료 신학생들과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모임을 결성하고 Post-American지 발간 등의 활동을 하다가, 보수적인 학교 분위기에서 문제 인물로 부각되어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1975년 워싱턴 D.C 로 근거지를 옮긴 짐 윌리스는 소저너스(Sojourners)라는 이름의 공동체와 잡지를 설립해 현재까지 운영해 오면서,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진보적 크리스천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과 신학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신앙과 정치, 사회를 강의하고 있으며, Soul of Politics, Call to Conversion, Great Awakening 등의 저서가 있다.
   워싱턴 D.C의 도심 빈민가에서 성공회 사제인 아내 조이 캐럴과 두 아들 루크, 잭과 함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