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독이다.

 

 

 

 

 

나는 감독이다.

제목을 보고 한국 독자 중에는

나는 가수다 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예능과 리얼 다큐를 적절히 잘 버무린 듯 보이는 이 프로는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선풍적인 관심과 인기를 끌며 출연자들도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투표로 우승자와 탈락자를 결정하는 방식 때문에

출연자들에겐 조금은 냉정하고 가혹한 상황을 안겨주는

고약한(?)  성격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시청자들은

순위에 상관없이 대결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가수를 아낌없이 응원했다.

온 힘을다해 경쟁에 임하는 그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동을 넘어선 전율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 다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

우리는 그들을 프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제

무대가 아닌 경기장에서 또 다른 프로들을 만나보자!

 

 

 

나는 프로야구 감독이다. 

막 엔젤스팀의 감독이 된 히로오카 타츠로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선수 시절엔 일본 최고의 팀 자이언츠에서 유격수로 선수 생활을 했지만

감독과의 불화 때문에 트레이드 대상이 되자 은퇴를 해버린 자존심 강한 사람이다.

 

히로오카 타츠로!

그가 만년 꼴찌인 엔젤스 팀을 이끌며

일본의 최고의 팀 자이언츠에 도전장을 내민다.

 

소설의 주인공인

히로오카 타츠로에겐 실제 모델이 있다고 했다.

야쿠르트 스왈즈이 감독으로 취임해서

2년 만에 그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동명의 히로오카 타츠로가 그 사람이다.

 

그래서 였을까?

 

 

소설을 읽기 전에는 프로야구 감독의 내면과 야구 인생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 인줄 알았다.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끝내 성공한다는 뭐 그렇고 그런 흔한

“히어로의 탄생” 을 주제로 삼은  대중 소설 말이다.  

그런데 소설은

독자가 제목에서 기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예상이 빗나갔던 것이다.

한마디로 뒤 통수를 크게 한 번 맞았다고나 할까?

그런데 맞은 자리가 아픈 대신 시원하고 개운하다.

 

이 소설은 주인공과 주변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야구라는 매체를 통해 성장해 가는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물론 그 대상은 프로의 세계에서 뛰고 있는 야구 선수들이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라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을 스스로 발전시키고 자의식을 회복하는 것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말이다.

 

 

저자는 야구에 상당히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실제 야구장을 글 속으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경기 장면은 실황 경기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현장 중계 형식으로 소개된다.

마치 내가 야구 경기장 스탠딩에 앉아 있는 듯했다.

분명히 나는 글을 통해 소설 속 경기를 보고 있는데 

마치 현장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예를 들면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분석,,

선수, 구단주, 감독의 심리상태,,

승률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상대편 전력을 분석하는 방식,,

패배의식에 젖은 선수와 팀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감독 간의 갈등과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 등이 정밀화처럼 세밀하게 묘사되고 있었다.

 

전문 용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상황묘사가 워낙 세심하게 잘 다루어지다 보니

야구에 문외한인 사람이 읽어도 별 어려움이 없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부록으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야구 용어가 잘 정리되어 있다.

 

 

 야구 용어 따위(?)는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 외에도

굴러 온 돌인 신임 감독 히로오카와

박힌 돌인 엔젤스의 코치 타나야나기 사이에 벌어지는 암투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 흥미로웠다.

어찌 보면 현실에서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타나야나기같은 부류의 사람이 가장 많을지도 모른다.   

타나야나기가 나오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한국 속담이 자꾸 생각났다.

나는 저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런데도 요즘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을 뱉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주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타나야나기가 히로오카와 대척점에 선 인물이었다면 이에 반해

구단주 오카다 시부로는 가장 이상적인 구단주로 묘사된다.

이런 구단주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여겨질 만큼 멋지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 빠질 때마다 힘을 실어주고 격려해 준다.

히로오카 타츠로 감독같은 정도만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오카다 시부로 같은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서

야구를 더 많이 좋아하거나 즐기던 팬은 아니다.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를 좋아한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한계를 극복해가는 선수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자신의 육체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며

나도 저렇게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반면 팀플레이에 의존을 많이 하는 스포츠는

육체보다는 다른 외부적인 요인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 보였다.

그나마 축구나,,농구 같은 것은

순간적인 몸의 반응으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몰입해서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야구 경기를 볼 때면

나는 자주 야구는 스포츠가 아닌 것 같아 라는 말을 내뱉곤 했다.

야구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규칙도 다양하고 복잡했고

팀플레이를 이용한  다양한 작전이 사용되는 게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의 능력도 중요했지만,

감독의 역량이 승패에 많은 영향을 주는 듯 보였다

 

나에게 야구는 몸으로 부딪치는 스포츠라기보다는

쉼 없이 두뇌를 움직여야만 하는 진행되는 게임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더라.

 

 

야구는 매 순간,,, 매 회 선택을 요구받는 경기다.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에도 제각기 사연(?) 이 담긴다.

단 한 개의 공도 그냥 던져지는 경우는 없다.

자신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대로  되지도 않는다.

 

타자는 또 어떤가?

투수와 마주한 타자 역시 결정을 해야 한다.

홈런이나 안타로 주자로 나가는 것 외에도

희생 번트,, 희생 플라이 등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리더라도

팀을 위해 언제든지 희생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여기서 다 표현하지 못한 무수한 경우의 수가 야구에는 존재한다.

 

야구만큼 순간의 선택과 결정이 경기의 흐름에 미치고

선수들의  팀 플레이가  승패에 영향을 주는 스포츠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야구는 정말로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

 

 

 

책 잠깐만 엿보기!

 

 

안타 대신 희생타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

 

 

엔젤스 팀이 만년 꼴찌라는 불명예를 가지게 된 원인은 모두 선수들 탓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들이 이기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 것은,,,

 

정말로 엔젤스 팀 선수들은 어떻게 하면 경기에 이길 수 있는지 모르고 있는 걸까?

아니,,, ,,,

그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왔다.

아니 왜?

도대체가 왜?

 

팀은 사라지고 선수만 남은 팀에게

진짜 감독이 나타났다! 

 

 

선수들의 본분은 이기는 야구를 하는 것

 

 

패배가 계속되면 그것은 습관이 되고 진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사실도 잊게 된다.

히로오카 타츠로가 부임한 시즌 처음으로 5연승 승리 행진을 이어갈 때

구단주는 선수를 격려하고자 파티를 열어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히로오카 타츠로 감독의 의지는 분명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선수의 본분은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언젠가부터 당연한 것을 자랑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맞는 말 아닌가?

프로야구 선수가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칭찬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 아닌가?

지는 것이 창피한 일이다.

 

 

그랬던 그가 시즌 우승을 다투고 있는 선수들에게 한 말을 보라.

 

 

실패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

고개를 곳곳이 들고 긍지를 가슴에 품고 야구장을 떠나자!

 

참 멋지지 않은가?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해 싸우고 내 자신에게 떳떳하면 그것으로 된 거란다.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울컥했다.

그동안 엔젤스팀이 어떤 과정과 고난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기에

더 큰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많은 독자가 이 소설에 호평을 보내는 것엔 이유가 있다.

소설 속 감독과 선수들이 그러했듯이

저자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를 독자에게 전함으로서  

작가로서의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책을 읽고 나서 잘 쓰인 대중 소설이

어쭙잖게 교양 소설을 표방한 어설픈 다른 고급(?) 소설 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닌 우리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

꼼수를 부리는 것보다 정도를 걷는 삶이 지닌 가치,

사람이 사람을 신뢰하고 따를 때 생겨나는 아름다운 관계의 미덕,,

등등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준다.

 

어쩌면 이제

나도 야구를 마라톤만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역시 우리는 뭐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모양이다.

이 책이 나에게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한 가지를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소중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