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에 참여한 국제 혁명가 토머스 페인을 주제로 한 책이다. 책 제목인『인권』은 토머스 페인이 저술한 어느 책의 제목임과 동시에 그가 그 책에서 논하며 주창한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을 구성하는 5장의 주제를 제외하고도 머리말,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주가 책의 앞뒤로 첨가되어 있는 편집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머리말과 5장에 걸친 내용, 즉 책의 대부분의 내용에는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글보다는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전개된다. 제목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는 현대 인권의 실태나 인권을 논제로 한 논쟁거리 등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오늘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권 관련 이슈나 시사거리가 아니다.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는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과 그의 저서인 『인권』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토머스 페인이라는 한 인물의 일대기에 관한 책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의 일대기와 그 가운데서도 혁명적인 행적들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써나가면서 『인권』을 비롯한 그의 혁명 관련 서적들을 본문의 내용에 자주 인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그의 당대 사상과 이념, 관념이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된다. 하지만 정작 책 제목으로도 강조된『인권』이라는 책과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토머스 페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얘기보다 소홀한 느낌이 짙다.

 

 물론 『인권』과 페인의 다른 저서들이 본문에 자주 인용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페인이라는 인물의 혁명적 행적을 부각할 근거로서 인용이 될 뿐, 그 자체가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가 되지 못한다. 자주 인용되는 『인권』과 기타 저서들의 내용을 통해 해당 책과 그 책이 다루는 인권 및 민주적 권리라는 개념에 대한 독자들의 자발적인 사고가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전체는 순차적으로 개괄하는 식의 인용이 아닌, 페인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설명하면서 근거로서 필요한 부분들만 부분적으로, 개별적으로 뒤죽박죽 인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은『인권』이라는 책을 제목으로 삼고도 그것에 대해 알아갈 목적으로 읽히기에는 부적합한 면이 제법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를 다는 데 있어서 각주가 아닌 미주를 사용한 점도 아쉽다. 인용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각주를 택하기가 어려웠는지는 모르겠으나 미주로 주를 달아서 계속 인용된 본문의 내용이 무슨 책에 근거를 둔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뒷페이지를 펼쳐봐야 하는 수고로움과 맞딱뜨려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은 독자들의 독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사소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체감했다.

 

 이 외에 나머지 구성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특히 옮긴이의 말은 페인의 연보를 수록해서 담고 책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 요약해놓아서 읽기에도 편하고 여러모로 좋았다.

 

 책에 대한 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자면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에 관심이 많거나 그런 혁명에 주축이 되었던 인물들의 사상이나 행적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뮬론 본문으로 인용된 저서들의 내용이 오늘날의 우리 독자들에게 인권이라는 개념과 그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읽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고 따라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