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정치계, 언론계, 학계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개진한 의견들로 구성된 이 책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에 직면한 대한민국 사회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주관적인 분석들을 수록하고 있다. 논쟁이라는 대립적 개념을 다루면서 집필진은 반성과 통합의 시각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접근하고 있으며 그런 원칙 때문인지 이후에 전개되는 본문들은 논쟁 그 자체의 성격보다는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사견의 느낌이 짙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외교안보, 정치, 경제, 사회의 분야로 나뉘고 해당 분야에 해당하는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들이 하위의 주제들로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외교안보와 정치 부분에서 주로 다뤄지는 주제는 G2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남북 관계, 한국 민주주의 체제, 정부 불신이다. 이 주제들에서는 미국 중심의 극일 체제에서 중국이 부상한 G2 체제로의 전환 과정이 소개되고, 이런 복합적 상황 속에서 전개해나가야 할 남북 관계, 87년 민주화 달성 이후 정체된 한국 체제의 향방, 정부 불신의 원인과 타개책들이 서술된다.

 

 모든 주제들에 대해서 집필진 개개인의 의견이 지나치게 길지 않고 적절한 것은 읽기에 편해서 좋았지만 모든 내용이 진부한 글로만 구성된 것은 전개 방식의 큰 단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의 후반부인 사회 분야로 가면 SNS와 세대 갈등에 대해 다루면서 1990년대 ~ 2010년대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 현황에 대한 리서치 결과가 도표화되어 나오는데 이는 다량의 글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독서의 흥미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후반부처럼 다양한 전개 방법을 활용했더라면 책을 읽기가 더욱 수월하고 좋았을 것인데 그 부분은 좀 안타까웠다.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아쉽다. 각 주제별로, 집필자 별로 상이했으나 전반적으로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고 다소 현학적인 느낌의 글들로 어려운 편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본문들이 한국 사회의 현안에 대한 진단의 대강의 나침반 제시라는 측면에서는 그럴듯했지만 해법이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못하고 추상적이고 막연한 감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결코 훌륭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현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각각의 현안들이 분야별로 정리되고 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다는 면에서 취지와 의의는 분명 상당한 책이다. 하지만 내용 자체에 있어서는 문제의 원인과 현황, 향방이 쳬계적으로 정리된 점을 빼면 내용 구성 수단과 이해도 등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이 느껴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