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정말 어려운 책이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것은 신뢰라는 가치가 우리 인간 사회의 생활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것의 영향력은 얼마나 큰지에 대한 것으로, 신뢰의 실질적인 효용성을 파악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나의 목적과 전혀 무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목적한 바를 충족시켜준 책도 또한 아니었다.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신뢰와 그것의 힘에 대한 내용으로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의 활용으로 아주 자세하고 장황하다. 저자는 이런 방식을 통해 신뢰를 성격적인 측면에서 여러 갈래로 분류하고 그것들과 사회적 요소 및 현상들간의 관계를 연구하여 분석한다. 이는 신뢰라는 가치에 대한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고찰로서 신뢰의 가치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책의 이런 결정적인 의의는 결과적으로 책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했다. 신뢰라는 가치를 전문적이고 현학적으로 다루는 과정에서 책의 내용이 다분히 교양 서적으로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학술서와 같은 전문 서적급으로 난이도와 이해의 요구 수준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책의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독자들의 폭이 매우 축소되었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끝내는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각종 현학적인 어휘들의 남용이 책에 대한 이해와 집중을 일차적으로 떨어뜨리고 논리적 설명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저자의 자료 활용은 오히려 해석의 어려움만 증폭시켰다.

 

 결과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책의 첫 면을 펼쳐보면 곧 이 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책임을 깨닫게 되고 뒤로 갈수록 이 책이 단순한 교양 서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독자들은 책으로부터 영속적 가치로서 신뢰에 대한 명쾌한 지식들을 얻어가기 보다는, 영속적 가치인 신뢰가 전문적으로 파고 들었을 때 얼마나 깊이있게 다루어질 수 있는 소재인가에 대해 깨닫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 책은 종합적으로 신뢰에 대한 기본 교양을 습득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목적으로 읽기보다는 신뢰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하고 그것을 사회적인 맥락과 함께 고려해볼 충분한 목적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