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 박은지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이야기.

길에서 만난 그들의 묘생에 대한 이야기.

그들의 묘생을 인생처럼 풀어낸 이야기.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작가는 길에서 만난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너'라는 표현을 자주 쓰며 마치 친구처럼 대화를 하기도 하고, '너'라는 표현을 빌어 '나' 스스로에게 일기를 쓰듯 대화를 풀어나간다.

 

책 속의 길고양이들의 눈빛과 표정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집고양이들의 것과는 다르다.

걱정없는 눈이 아닌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

애교가 아닌 무심한 표정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털이 아닌 꼬질꼬질 때가 묻었지만 당당한 자태

길에서 사는 그들이지만 이상하게 우아하기까지 하다.

 

"햇볕이 기력을 다 빨아먹어 바삭바삭 말라버린 몸으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날,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좋은일이라고는 없고, 시간만 무기력하게 흐르는 지친 날. 나와 똑같이 지친 걸음으로 타박타박 걸어오는 길고양이와 마주치면 네가 보냈을 하루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늘마저 익혀버릴 것처럼 아스팔트가 펄펄 끓는 날, 길 위에서 보낸 너의 하루는 어땠을까.

-62page 지친하루 중

 

이 책의 고양이들은 사람과 밀접해 보인다.

내가 만난 고양이들은 사람을 경계하며 작은 발자국 소리에도 사람을 피해 도망치기 일쑤였는데 

이 책의 고양이들은 너는 누구냐는 듯 나른한 몸짓과 시선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길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이 그들에게도 전해져서일까?

그들의 표정엔 경계심과 궁금증이 묻어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바닥에 앉아있기도 하고

볕에 누워 털을 고르기도 한다.

 

예전에 터키로 여행을 떠난적이 있었다.

그곳은 고양이들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였다. 

사원 근처에도, 시장에도, 길가에도 당연하다는 듯 고양이는 있었고,

그들은 사람을 경계하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낯선 이에게 다가오기도 했고, 내가 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도 했다.

사람들은 길고양이와의 공생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그들 역시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사람을 피해 도망가던 고양이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고양이는 원래 사람을 피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터키에서 며칠을 보내고 나니 한국,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사람의 눈치를 보고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자신에게 해를 끼침을 알기 때문에 더욱 더...

단편소설으로 데뷔한 작가는 고양이 모녀를 보고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고

고양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써나가기도 한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단편소설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진집 같기도 하고, 타인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도 든다.

길고양이의 삶을 통해서 그다지 그들과 다르지 않은 내 인생을 돌아보고 교훈을 얻는 느낌마저 든다.

 

집고양이의 수명이 10년인대에 반해 길고양이의 수명은 고작 3년이라고 한다.

이 책은 원래 정해진 삶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삶을 따라가며

 

 

 

누구보다 자유로운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어느날고양이를사랑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