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사이 

 

당신이 엄마라면, 딸이라면 이 책이 물 흐르듯 술술 읽힐것이다. 나 역시 앉은자리에서 이 책을 모두 읽어버릴만큼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나는 딸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살아오면서 엄마와의 관계에서 겪었던 일과 말들이 사실은 이런 심리를 담고있구나 싶어서 많은 부분에서 공감 했다.

 

'엄마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면 자기를 찾아가는 길에 방해요소가 된다. 엄마의 인생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엄마에게서 긍정적인 요소 하나는 발견해야 한다. 엄마를 통합된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을 찾아가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123 page 중-

 

작가는 심리치료 전문가로서 상담현장에서 일해오며 모녀관계에 대한 많은 상담을 한 분으로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보여주며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 ' 저 말 우리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이야!' 등

평생을 엄마의 딸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거 내 얘긴데!? 라고 생각 할만한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다.

딸의 입장에서만 살아온 나는 내 생각밖에 하지못해서 '왜 엄마는 저렇게 헌신만 할까?' '엄마는 왜 엄마 인생을 살지 않을까?' 등 차마 본인에게 묻지 못했던 많은 질문의 해답이 이 책에 적혀있다.

 

'딸은 어릴 때부터 엄마에겐 친구 같은 존재다. 가까울수록 엄마의 그림자, 엄마의 힘든 면이 잘 보인다. 그러나 딸이 엄마를 불쌍하게 보는 것은 좋지 않다. 엄마가 불쌍해보이는 감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엄마의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만 하고, 딸을 도와주고 사랑해주는 엄마의 이미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사랑이나 돌봄을 공급받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38  page 중-

 

딸 입장에서 읽은 나는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지만, 엄마에겐 다소 아픈 팩트폭행이 아닐까 싶은 부분도 많았다. 본인의 입장에선 모든 것이 딸을 위한 행동이였는데, 사실 나의 부족함을 채운다거나, 이기적인 행동일 수 있었다는 것에 이 책을 읽는 많은 엄마들이 반성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세상의 모든 ' 착한 딸'들에게 힘이 되는 책!" 하지만 나는 이 문구가 조금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착한 딸'을 가진 엄마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 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작가는 궁극적으로 엄마와 딸이 독립된 인간임을 강조한다.

다소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올바른 결론이고 진리가 아닐까 싶다.

엄마와 딸이 가지는 특별한 유대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딸은 딸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작가는 그들 스스로 서로에게서 독립할 것을 권유해준다.

 

"너와 똑같은 딸 낳아서 한번 당해봐." 악담을 하다가, "한번만 더 생각해봐." 사정을 하기도 한다. (중략) 그러나 이제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 때가 온 것이고, 딸은 딸의 인생을 살 때가 온 것이다. 딸이 엄마가 만들어놓은 성에서 탈출하려는 순간, 엄마는 마녀가 된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이 받고 싶었던 것을 딸에게 보상함으로써 어릴 때 받지 못했던 결핍된 모성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52 page 중-

 

엄마와 딸은 누구보다 가깝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가장 많은 감정의 소모를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서로 생각없이 뱉은 말로도 큰 상처를 받고. 작은 행동에도 행복해진다. 그만큼 더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겠지만, 그러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딸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거나, 딸이 예전과 달라졌다거나, 딸을 이해 못하겠다. 하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물론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의 인생을 살고싶다. 엄마와 가까워지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딸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엄마와딸사이, 곽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