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강한, 큐레이터의 도구 / 이일수

 

나는 디자인이라는 전공과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전시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 등 효과적으로 꾸며진 공간과 기획은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트랜디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양한 전시와 기획을 보고 느끼고 경험해 왔지만, 그 것을 만들어 내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큐레이터가 기획했을 것들에선 그들의 수고를 느끼지 못했달까? 

이 책은 화려한 전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는 큐레이터라는 이들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알려준다.

 

‘내가 미술동네 안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선생님, 제가 하고 싶은 전시가 있어요” 라는 말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개인적 소신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큐레이터의 역할을 고민한다면 조금 더 생각했으면 싶다.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독창적인 것을 할 수 있다.하지만 작품을 선보이는 공급자인 큐레이터의 자리는 내 취향이 아닌 대중에게 이로운 보편적인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작가와 큐레이터는 동일한 미술 작업 앞에 서 있지만 자리(역할)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대상이 다르다.’ -54 page 중-  

 

많은 전시에서 우리는 시각적으로 작품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지만, 그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 ‘작아도 강한, 큐레이터의 도구’ 는 읽는 내내 숨겨진 큐레이터의 고뇌와 직업의식, 하나의 전시를 위해 그들이 생각하는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큐레이터이자 작가인 이 책의 저자는 하나의 전시를 위해 ‘벽’은 물론 ‘라벨’의 크기 마저 고민한다. 계절에 따른 관람객의 옷차림으로 인한 공간 디자인, 전시관의 조도, 관람객의 연령층, 입구와 출구의 위치와 동선까지 꼼꼼히 고려하며 해결책을 찾는다. 큐레이터가하는 일들이 다소 고리타분하고 정적이지 않을까 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엄청나게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요구하고 협업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었다. 최근 많은 공연과 콘서트, 전시, 기획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사용되고있는 디지로그와 미디어아트와 같은 과학 기술은 물론, 음악과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은 하나의 전시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느끼게 했다. 이 책 제4전시실 파트에선 작가가 직접 기획한 전시와 그 비하인드 스토리, 관람객의 반응까지 정리해 두었는데 단순히 스스로 좋은 전시를 했다는것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의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기획을 하고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져서 좋았다.

 

‘큐레이터는 관람객이 먼 길을 나서 전시장으로 오가는 과정을 찬찬히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285page 중-

 

일반 대중과 함께하는 미술에 연구와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는 단순하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이해시켜주고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단순한 관람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데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그 공간을 이루는 세세함과, 홍보, 기획까지 다양한 시선에서 더 큰 작품을 감상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아도강한큐레이터의도구, 이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