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우리 다시 어딘가에서 / 오재철+정민아

“7년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돌연 여행을 떠났습니다. 돌아온 후에는 면접을 본 후 같은 직종의 일을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달라진 게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거. 떠나기 전에는 스스로를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밥벌이를 못 하는 사람’으로 여겼지만 어행을 통해 제 안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힘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17page 중-

이 책은 에세이와 포토북이 결합된 여행서 같다.

신혼부부가 혼수와 예단 대신 떠난 여행! 말만 들으면 매우 근사하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이 영화같이 로맨틱하진 않다. 그들의 여행은 테마파크 불꽃놀이 앞에서 고백을 하지도, 별 5개짜리 근사한 호텔에서 묵지도, 높은 하이힐에 드레스를 입지도 않는다. 그들은 테마파크에 들어가기 위해 설명회를 듣고, 지인의 좁은 집에 머무르며, 낡은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멘다. 돈을 펑펑 쓰며 즐기는 해외여행이 아닌 허리띠를 조르고 아껴야 하는 여행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여행은 누구보다 자유롭다. 캠핑카를 전달하는 조건으로 원래 가격보다 싸게 빌려 냉장고를 채우고, 미니 빔프로젝터를 사서 그들만의 영화관을 만들어 여행을 하며 내 집 마련처럼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에 독자는 미소를 짓게 된다.

이 책은 에세이지만 포토북 같다는 생각도 든다.

포토그래퍼의 사진답게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매우 근사하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은 그 자체로 웅장하고, 나무가 가득한 숲은 청량하다.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랑이 넘치고, 그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의 분위기는 느긋하다. 사진만으로 그곳의 온도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그들의 여행은 신혼여행 이후에 아이가 생겨도 계속된다.

아이가 없으니까 가능한 거야!라는 주변의 날선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그들은 아이를 안고 캐나다를 여행한다. 아이가 있으니 해외여행을 할 수 없다는 보통의 생각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핑크색 패딩을 챙겨 입고 캐나다의 로키산맥의 눈을 밟는 아이의 얼굴은 참 포근하다. 아이의 밝은 웃음을 보며 감히 그들의 행복을 짐작해 본다.

“여행 중 가슴속에 오래도록 머무는 아름다움을 유명한 관광지나 익히 알려진 랜드마크가 아닌,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지 않은 길 위에서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네 일상도 그러하지 않을까? -269page 중-

예단과 혼수를 하지 않고 그 돈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듣기만 해도 로맨틱하다.

결혼적년기인 요즘, 스몰 웨딩을 하고 싶다, 신혼여행으로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 예단이랑 혼수는 없이 시작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 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결국 현실에 타협하고 만다. “스몰 웨딩은?신혼여행지는 배낭여행이야? 예단이랑 혼수 하기로 했어?”라는 질문에 친구들은

“야..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야. 결혼은 현실이야.”라고 한숨을 쉰다.

말 그대로 나이를 먹고 현실을 아는 요즘, 예단과 혼수 대신 신혼여행을 가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무언가를 넘치게 소유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작가의 말이 공감된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작가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다.

우리다시어딘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