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난 2011년 2월에 개봉 된 영화 “블랙스완”이다. 나탈리포트만의 소름끼치는 연기와 예상치 못했던 반전 스토리가 압권이었던 영화이다. 단순한 재미를 주는 영화를 넘어 인간 내면의 욕망과 잔혹성 그리고 완벽을 향한 갈망 등 심리적인 묘사와 스토리가 매혹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스토리”가 주는 매력은 영화가 담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관객에게 빤한 스토리는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한다. 이것은 영화라는 장르가 담아야 하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사건과 반전이 우리의 인생 속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는 영화니까 용서되는 사건이 일상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휘몰아쳤던 일본의 쓰나미,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등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일본의 쓰나미를 막지는 못했다. 그리고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예측할 수 없었던 한 사람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에 의해 예언(?) 되었다. 2008년 탈레브가 “블랙스완”을 출간한 뒤 일 주일 후 미국의 금융위기가 몰아 친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월스트리트의 현’자로 불리며 독자적인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현직 월스트리트 투자전문가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철학자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경제와 금융 문제의 핵심을 존재론적 인식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겔브레이스가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 1977)거론 한 이 후 - 이전부터 미래는 불확실 하였지만 - 더 심한 불확실성의 시대, 미래를 살아가게 되었다. 탈레브의 ‘블랙스완’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현자적인 관점의 책이다. 사실 나는 ‘블랙스완’을 읽어 보지는 않았다. 단지 그 책에 대한 에세이적인 담론인 ‘블랙스완에 대비하라’를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블랙스완’을 담고 있다. 어떻게 미래를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비유와 상징을 통하여 미래를 바라보는 현자의 시선이 아리송하면서도 깊이 있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명료한 경계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의 전작인 ‘블랙스완’을 읽어야 한다는 내적 동기에서 시작된 부담감이 함께 밀려온다.

부재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10가지 원칙’이지만 이 원칙이라고 제시한 것을 독자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행간에 담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혼돈, 즉 미래의 불확실성을 논하는 책답게 애매모호하다.

탈레브가 이야기하는 이분법적 두 왕국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아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과학적 기법들 즉, 통계와 이전까지의 이론, 상식이 통하는 평범의 왕국에 안주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고 인지 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이 세계인 극단의 왕국에 살 것인지 말이다. 적어도 평범의 왕국에 살면서 극단의 왕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예의 주시하며 블랙스완에 대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게 된다. 

그의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것이 나의 플랜 B다. 나는 내 무덤 자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검은 백조는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을 쉽게 파괴하지 못한다. 나는 강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217p.).”

블랙스완을 대비한 나의 플랜 B, 그대의 플랜 B가 궁금하다.

* <블랙스완>은 서구인들이 18세기 호주에 진출했을 때 검은 백조를 처음 발견한 사건에서 따온 은유적인 표현이다. 검은 백조의 발견으로 ‘백조는 희다’는 경험법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블랙스완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파급효과가 큰 사건이다. 비록 사람들이 예상하지는 못했어도 나중에 그 사건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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