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s Book Taste> 이건희의 서재 / 안상헌 지음/ 책비

 

  관음증. [voyeurism, 觀音症] 네이버 지식사전 문화예술적인 측면의 관음증은 “엿보기 심리. 알지 못하는 사이에 훔쳐보기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사람마다 그 증상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조금씩 훔쳐보기를 통한 즐거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 모씨의 숨겨진 사생활에 귀가 쫑긋거리고 눈이 돌아가는 증상도 옆 집 아줌마가 바람났다는 소문에도 반응한다.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기’ 때로는 엉뚱한 발상으로 갈 수 도 있지만 여럿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구조 속에서 서로 ‘보여주기’하며 살아갈 수 밖 에 없다.

  개인마다 ‘엿보기’를 좋아하는 영역이 다르다. 나의 경우 타인의 “서재”를 엿보는 것을 즐기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지인들의 ‘서재’를 돌아보는 것, 참 고상한 관음증적 증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건희의 서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욕을 들어 먹고 있든지, 아니든지 일단 그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의 밥을 먹여 주고 살리는 일을 하고 있기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세운 ‘천재론’(1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은 오해를 받은 부분이 많지만 미래에 어떤 상황이 펼쳐진다 해도 좋은 인재가 많다면 기업과 나라 모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유영만,2011/ ‘곡선이 이긴다’ 참조). 이런 사유의 소유자 ‘이건희’의 서재가 열린다고 하니 참 짜릿한 감격이었다. 하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은 실제로 ‘이건희의 서재’를 들여다보고 쓴 글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가 그가 읽은 책들과 존경하는 사람들, 어떤 저저의 책을 주로 읽는 지를 연구하여 그의 삶의 행적과 책을 연관시켜 기술한 것이다. ‘서재 훔쳐보기’에 기대를 가지고 책을 펼친 나에겐 실망이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독서력은 이미 알려진 바 이다. 그가 사람들을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힘의 근원에 대하여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약간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엔 괜찮은 것 같다.

아울러 저자가 제시하는 24권의 책을 통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음속의 아름다움이란 그대의 지갑에서 황금을 끄집어내는 것보다는 그대의 서재에 책을 채우는 일이다. - 존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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