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는 그리움, 사랑의 표상으로서의 꽃, 2부에는 황홀하게 피어오르다 그 속도만큼 하르르 저버리는 정념으로서의 꽃시들이 모였습니다. 3부에는 찰나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며 사방천지 꽃향기를 풍기는 동양적 깨달음으로서의 꽃, 4부에는 이야기가 있는 꽃시들이 모였습니다. 5부에는 일련의 눈꽃시를, 6부에는 현재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는 양희경씨의 모노드라마 ‘늙은 창녀의 노래’의 꽃시들을 실었습니다.

이 시집에서 송기원 씨는 장터와 창녀촌의 뒷거리 인생, 민주화투사, 계룡산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구도의 삶의 체험에서 나온 직관으로 꽃의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아픔과 회환, 그리고 오르가즘과 달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짧은 시들이면서도 고도의 은유나 상징, 압축의 난해성 없는 쉬우면서도 육감적인 언어들의 꽃밭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시집 말미에 실은 김경미 시인과 대담에서 송기원 시인은 나이 60이 다되어서야 철이 들어 지난 삶을 돌아보니 내 못났던 삶도 다 꽃시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자신도 아프지 않고 상대도 아프지 않게 하는 사랑 한번 오지게 하고 싶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시 자체도 솔직, 대담한 서정시의 한 장을 펼쳐 보이고 있지만 이 대담에서 또한 자신의 사랑과 문학을 털어놓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시가 서정적이든, 지성적이든, 현실적이든 시적 미학과 장치 즉 기교적으로 흐르거나 신변잡담으로 흘러 어려워지고 가벼워지고 감상적이 되는 요즘 시단에서 독자들의 온혼을 울리며 감동시키는 진정한 서정시를 만나는 기쁨을 이 시집은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