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이라는 책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 하나..

국어시간에 배웠던 역설법이 생각났다. 흔히 예로 드는 것이 찬란한 슬픔, 소리없는 아우성..

역설법이란 [내용 표면적으로는 모순되거나 부조리한 것 같지만 그 표면적인 진술 너머에서 진실을 드러내고 있는 수사법]을 말한다.

고로, 이 책 [소란한 보통날] 역시 제목안에 책 내용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아빠가 출근하면 화장을 하고 퇴근할때가 되면 꼭 화장을 지우는 엄마,

결혼을 했지만 가족들에게는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 않고 이혼을 하는 첫째 소요언니,

학창시절에 자살시도를 2번이나 하고, 월급날만 되면 가족선물을 사오고, 임신한 여자동료의 아빠가 되겠다고 하는 둘째 시마코언니,

대학은 진학하지 않고 1년이라는 시간을 별일 없이 보내고 있는 나,

유난히 차분하고 이성적이며, 중년의 남성들을 위한 인형을 만들어주는 남동생 리쓰.

 

이들 가족은 어떠한 문제나 소란없이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특징은 평범하지 않고 되려 눈에 띄는 편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가정을 평범하고 조용하게 흘러가는 가족처럼 편안한 문체로 글을 쓰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가진 것을 알고도 이혼하는 딸을 향해 이처럼 조용하게 대응하는 가족이 흔한가?

애인이라고 데려온 사람이 남자도 아닌 여자.. 그것도 전 남자친구의 아기를 밴 여자라는 걸 그냥 인정해 줄 가족이 얼마나 될까?

성인물과 관련된 인형을 만든다고 해서 정학을 당했는데, 문화적으로 문외한 학교라고 치부하는 가족..

참..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소란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가족이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와의 정서차이를 또 한번 느끼게 되었다.

 

전혀 보통날의 날을 보내고 있지 않는 가족들의 이야기..

반찬에 간이 빠져서 심심한 그런 맛이 나는 소설이다.

 

소란한보통날, 에쿠니가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