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제목이 특이하다라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작가의 신작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이 책을 바로 구매해서 읽었고,

다 읽고난 뒤 나는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할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둘령은 모암마을 외갓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은이이모네와 경이이모, 율이 삼촌 그리고 외할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한 둘령은 나이보다 조숙한 아이였다. 그래서 어린 나이였지만 자신의 위치를 너무 잘 알아 처신을 했기에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가 더 친숙해지지 못했으리라..

 

둘령이와 나이가 같은 은이이모의 딸 수안..

처음에는 수안과 서먹서먹한 관계였지만.. 속 깊은 둘령과 자신만을 아는 조금은 이기적인 수안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절친이 되었다. 함께 숨바꼭질도 하고, 책도 빌려서 보고, 학교도 같이 다니면서 그들은 함께 추억을 공유한다.

 

수안의 첫사랑 승모가 스카우트 캠프에서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익사하는 사고가 생기면서 수안은 점점 자신의 틀 속에 본인을 가두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명현상으로 인하여 고생을 하게 된다.

 

대입을 포기한 둘령은 계속 외갓집에 사는 것이 눈치가 보여 읍내에 집을 얻어 생활을 하던 중

수안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하여 머리가 빠지는 등 고생을 하는 것을 알게 되고..

그날 밤 걸어 모암마을 외갓집에 가서 수안과 함께 잠을 자고, 수안이가 좋아하는 달걀말이를 해 놓고 나오던 중 은이이모를 만나게 된다. 이모는 더이상 수안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수안이의 아픈 마음을 제일 잘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사람은 둘령임을 알면서도..

은이이모는 둘령과 수안이 가까워지는 것이 싫었나보다.

엄마가 없는 둘령에게 이모는 엄마의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가까운 사이였지만..

은이이모도 둘령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는 되지 못했다.

 

수학여행 중 함께 율이 삼촌이 있는 곳에 가자고 했던 수안.

하지만 둘령은 이상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수안과 함께 그곳으로 가지를 않았고..

수안은 그렇게 그곳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

 

둘령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지금 현재 둘령의 이야기가 교차하듯이 전개가 되는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 어린 시절의 둘령과 수안이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둘령과 수안과 같은 관계의 친구가 있었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은 있었지만 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법을 몰라 서로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의 서툰 관계를 정리하고 이제는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수안이를 먼저 보내고,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갔을 둘령이..

이제는 둘령이가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고 자신만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첫사랑 충하와 함께 그 소도시에서 잘 살았다는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도우.. 이제 이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또 책을 구매할 것이다.

이도우, 잠옷을입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