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결단력 혹은 결속력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지를 우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이미 경험을 했다.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빨간 악마 옷을 입고,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응원하던 그 많은 무리들..

우리는 그 속에서 정말 끈끈한 동료애를 느꼈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한 핏줄임을 몸소 체험을 했다.

사람들의 결속력이 이렇게 좋은 결속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결속력도 있다,

바로, 서로의 잘못을 감싸기 위하여 한마을 전체가 한통속이 되어 한 청년의 인생을 어떻게 처참하게 밟을 수 있는지를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에서 너무나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다.

로라와 스테파니 두 소녀를 죽이고, 그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20살 토비아스는 11년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토비아스가 죽였다는 로라와 스테파니의 시체는 어디서든지 찾을 수가 없었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던 토비아스는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라 범인으로 지목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된다.

11년이란 세월이 지나 출소한 토비아스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으로 돌아오는데..

11년이란 세월은 꿈많은 토비아스의 젊음을 빼앗간 것 이외에도 부모님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살인마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상 대대로 운영하던 식당은 문을 닫게 되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까지 하여 아버지 혼자 그 쓸쓸한 집을 지키고 있었다.

11년동안 철저하게 함구되었던 마을의 비밀이 토비아스의 등장으로 술렁대기 시작했고,

토비아스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토비아스는 큰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따로 살던 어머니가 동네 주민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토비아스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티스를 통해 알게 된 아멜리는 이 사건에 흥미를 가지고 사건을 캐기 시작한다.

그림의 큰 틀은 있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은 어떻게 연결이 되었는지 몰랐던 퍼즐판처럼..

사건은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감옥에 있는 동안 늘 편지를 보내주고 그를 믿어주었던 친구 나디야,

자폐증이 있는 티스의 주치의이며, 토비아스 엄마와도 친했던 의사 라우터바흐 원장,

토비아스 집을 잘 보살펴주고, 토비아스에게 일자리도 제공해 주겠다던 테를린텐,

한때 토비아스 학교의 선생님이였으며, 문화교육부 장관,

티스의 남동생이며 토비아스의 절친이였던 라르스..

그리고 함께 놀았던 친구들과 이웃 주민들..

이들은 다들 토비아스를 범인으로 본 공범자이며 범죄자들이였다.

자신들의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남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명예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무고한 토비아스를 범인으로 몰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점점 드러나는 그들의 죄 앞에서 그들은 한결같이 당당했다.

나는 어쩔 수 없었노라고.. 아마 나와 같은 입장이였다면 당신도 그렇게 했을 거라고..

그들은 너무나도 뻔뻔하게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고, 회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충격이였다.

사람이 자신의 이익 앞에서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독해질 수 있는지..

어쩌면 성선설이 아니라 성악설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마을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 그리고 그 살인사건에 감자처럼 줄줄 엮여 있던 마을 전체의 비밀들..

그 비밀들이 하나둘씩 벗겨져 가는 모습을 읽고 있자니..

정말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전개에 빨려 들 수 밖에 없는 책이였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였으나, 그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던 책이였다.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