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럴때가 있다. 책 제목이 익숙해서 내가 읽은 책인가 아닌가 고민이 되더다가 몇장을 읽다보면 내용이 생각나서 "아~ 내가 이 책을 읽었구나" 하고 내려놓게 되는 경험.

오래된 농담 역시 그랬다.

아는 분에게 선물로 받은 책이였지만.. 박완서 작가님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책인지라..

나는 당연히 읽었다고 생각을 하고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다.

그러다가 구매한 책은 다 읽고 사 놓고 안 읽은 책을 찾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고, 혹시나 해서 몇장을 읽었는데.. 내가 모르는 내용이다.

그제서야  내가 이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이제서야라도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였다.

박완서 작가님의 책은 그 흡입력이 정말 최고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느꼈다.

특별한 소재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에 빠져 서둘러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두 가지의 큰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유명한 의사가 된 영빈과 그 앞에 나타난 첫사랑 현금의 외도 이야기,

영빈의 동생 영묘의 남편 송서방이 암에 걸려 죽어가는 이야기..

초등학교 6학년때 의사가 되겠다는 영빈에게 혀를 쏙 내밀고 달아났던 현금..

현금을 사랑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였지만 늘 현금이가 생각났다.

30년이 지나서 영빈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우연처럼 현금이를 만나게 되고,

박사님, 교수님의 정도를 걸었던 영빈은 현금이와 외도를 시작하기 시작한다.

물론 부인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는 그 일탈을 즐긴다.

영빈이의 늦둥이 동생 영묘.. 그녀는 모 재벌그룹의 아들 경호와 결혼을 한다.

돈이 많은 집답게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은 돈으로 생색내기가 바쁘다.

그러던 중 경호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시댁에서는 주치의에게만 보내 병을 키운다.

결국 경호는 암인 것으로 드러나지만, 그 중요한 사실을 경호에게 숨기고 금방 나을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경호를 고치기 위한 병원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주술의 힘을 빌린다.

자랄때부터 억눌린 삶을 살아와서 그런지 경호는 그런 이상한 가족들의 흐름 속에서 저항을 하지 못하고 포기한채 삶을 살아가다가 결국은 본인이 암인 줄도 모르고 삶은 마친다.

아들의 죽음을 무슨 축제인양, 혹은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양 하는 시댁의 모습은 정말 상식이하였다.

자본주의의 힘.. 돈의 힘으로 며느리인 영묘를 몰아세우는 모습..

자식을 잃은 부모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정말 힘든 시부모님의 모습은 역겨울 정도였다.

영묘는 시댁에서 경호를 죽였다고 생각했듯이..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다.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무시무시한 사람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저런 시댁은 한트럭 갖다 줘도 싫다 싫어.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게 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농담.

영빈의 모습, 영묘의 모습, 경호의 모습, 시댁의 모습.. 아마도 내 모습 중에서 그런 모습이 있을 듯 싶다.

작가님만의 필체로 매력적으로 풀어낸 이야기들..

나이가 무색할만큼 뛰어난 이야기꾼임이 또 한번 증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