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날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나에게 있어 책표지의 첫인상은 사람의 첫인상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책을 고를 때 책의 표지와 제목에 이끌리는 경우가 꽤 많다.

이 책 역시 서점에서 보자마자, 예쁜 표지와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뒤적이게 되었고,

내용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욱 구미가 당겼던 책이였다.

일본 치바현의 한적한 시골마을 절벽 끝에 있는 파란색이 페인트가 칠해진 작은 찻집.

특별한 이름도 없이 "곶의 찻집"이라는 팻말만 있는 이 곳에는 정말 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주인 에스코와 오른쪽 앞발이 잘린 충성스러운 개 고타로가 있다.

찻집이라면 당연히 커피맛이 좋아하는 거지만.. 이 찻집에는 또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에스코씨는 손님에게 딱맞는 음악을 선곡해 줄 뿐더라.. 손님들의 마음을 들여보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온 단골손님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 그리고 그 단골손님들은 물건이나 그림들로 인하여 그 다음 단골손님에게도 연결되어 있다는 소재도 이 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재미의 한 요소이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 어린 4살 딸과 함께 무지개를 찾으러 왔다가 무지개곶의 찻집까지 오게 된 젊은 남자. 그는 여기서 무지개 그림을 보고, 그리고 에스코씨가 틀어주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으면서 힘을 얻게 된다.

대학교 졸업반이지만 취업을 하지 못해 낙담한 청년은 화장실을 찾다가 무지개곶의 찻집을 발견하고, 여기서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되고.. 또한 멋진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에스코씨는 이런 청년에게 "걸즈온더 비치"를 틀어준다.

사업부도로 가족의 뿔뿔히 흩어진 남자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한적한 곳에 있는 찻집을 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벽에 걸린 무지개 그림을 보고 반한 나머지 마음이 약해지고 만다.

에스코씨는 칼을 들고 나타난 남자에게 따뜻한 커피를 권하고 또한 맛있는 식사도 대접하며, "더 프레이어"라는 노래를 틀어준다.

물론 하룻밤도 재워주고, 그에게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자금도 주어 그를 일으켜 세워준다.

10년이 넘게 단골인 다니씨는 남몰래 에스코씨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숨긴 채 에스코씨의 좋은 친구로 남아 있다.

다른 곳으로 전근가기 전날.. 그는 에스코씨의 생일선물로 천체 망원경을 사 주고 달나라의 땅도 선물로 준다. 하지만 끝끝내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멀리 전근을 가 버린다. 그에게는 "러브미텐더"라는 노래가 단골노래이다.

어린 시절 엄마의 자살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에스코씨의 조카..

주먹을 꽤 쓰는 일을 하다가..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 밴드를 만들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밴드는 금방 해체가 된다. 하지만 늘 마음 속으로는 밴드를 다시 모으기를 원하는 조카에게는 " 땡큐 포 더 뮤직"을 들려준다.

에스코씨가 왜 이런 한적한 시골에서 찻집을 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젊은 시절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그린 무지개를 보고 싶어서.. 이곳에서 남편이 봤던 그 무지개를 보고자 남은 인생을 보내고 있는 에스코씨..

물론 쓸쓸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맛있게 커피를 끓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단골 손님에게 맞는 음악을 선택하는 능력이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만질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다.

도예가인 젊은 남자는 에스코씨에게 멋진 커피잔을 선물로 보내주고,

그 커피잔은 취업을 준비중이였던 청년에게 맛있는 커피를 담아 주고,

그 청년이 작가가 되어 잡지에 실은 무지개곶의 찻집에 대한 소개글은 도둑이 될 뻔한 남자에게 읽혀지고, 도둑이 될 뻔한 남자가 두고 간 칼은 다니씨가 에스코씨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때 사용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단골 손님끼리 어떤 물건 등으로 인하여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요지가 아니였을까 싶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무지개곶의 찻집과 같은 곳이 어디에 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이렇게 음식을 통하여 사람들을 마음을 만져주는 소설이 참 좋다.

"달팽이 식당", "49일 레시피", "휘오리바람 식당", 그리고 "무지개곶의 찻집"까지..

정말 먹는 곳에 정이 난다는 말처럼 음식이 주는 중요성이 크긴 큰 거 같다.

예쁜 그림처럼 따뜻함이 뭍어나는 이 책.. 나도 앞으로 커피를 마실때마다 "맛있어져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먹어야겠다.

잔잔한 감동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