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닮고 싶은 나만의 우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만화 주인공이 되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유명한 위인이거나 혹은 연예인일 수도 있다.

내가 닮고 싶어했던 우상은 누가 있었을까?

한때는 내 삶의 전부였을 수도 있었던 그 누군가가.. 지금에서 생각해 보니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내가 과연 닮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나 싶다.

 

여기.. 자신만의 우상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산 한 남자가 있다.

우리 삼촌 권도운.

삼촌은 서자로 태어나, 8살쯤 우리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그때 이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와 할머니 등 가족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삼촌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자라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삼촌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바로 "이소룡"이였다.

그래서 늘 새벽마다 뒷동산에서 이소룡처럼 무술을 연마하고, 이소룡 영화는 빠지지 않고 보고..

삼촌에게 이소룡은 우상 이상의 삶의 의미였다.

 

" 산다는 것은 그저 순전히 사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삼촌의 삶은 이소룡의 말처럼 순전히 살아가는 삶을 살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하자 청산가리를 마신 첫사랑 오순.

그런 오순이를 피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간 삼촌은 북경반점에서 배달일을 하면서 칼판장에게 사기를 당하고.. 이소룡의 대역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밀항선을 타고 홍콩 가려다 중간에 난파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향으로 내려와서는 운나쁘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죽도록 맞고 돌아오고..

무도인은 깡패질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깡패로서 싸움만 일삼는다.

삼촌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지지리 복도 없는 남자가 어디에 있나 싶다.

남들처럼 왜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나 싶어 안타깝기도 했다.

 

" 평생 주먹 한 번 시원하게 뻗어보지 못하고 끝내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했지만 그는 인생의 구석진 곳을 떠돌며 꾸역꾸역 살아남아 인생이 어떤 것인지를 모두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비록 짝퉁으로 출발했으나 긴 세월을 거쳐 스스로 인생유전의 고유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삼촌만의 고유한 스토리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나의 삼촌 브루스리 2권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다.

나의삼촌브루스리1, 천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