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이 자자한 책을 읽지 않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향기 좋고, 맛 좋은 음식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눈으로만 구경한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화차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책을 구매했고,

꽤 두꺼운 두께였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쳐서 휴직중인 경찰관 혼마에게 죽은 지즈코의 조카인 가즈야가 불쑥 찾아온다.

자신의 약혼자였던 쇼코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거..

하지만 가즈야가 알고 있는 쇼코의 정보는 많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으로 혼마는 쇼코의 흔적을 쫓아간다.

하지만 알아가면 갈수록 더욱 미궁속으로 빠지는 쇼코의 과거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 하나.

가즈야가 찾는 쇼코는 진짜 쇼코가 아니라 쇼코의 신분을 흉내내는 교코였다.

왜 쿄코는 쇼코의 신분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지..

그 당시의 시대현상이 어울려지는 슬픈 현실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모 텔레비전 방송에서 본 적이 있었다.

20대의 한 여성이 보험금을 타려다가 꼬리가 잡혔는데 실제 그 여성이 아니였던 거 였다.

실제로 이혼한 30대 후반의 여성은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가족들과 연락이 없는

20대 여성을 취직시켜 준다고 유혹한 뒤 그녀를 죽이고(물론 그녀가 죽였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었지만) 그녀의 이름으로 살고 있었던 중, 만기되는 보험금을 타려다가 수상히 여긴 경찰에게 잡힌 거였다.

 

작가는 1991년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뒤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돈과 신용카드,, 그로 인하여 돌릴 수 없는 인생의 파탄.

신용카드로 인하여 유흥업소로 나가고 파산신청까지 했던 쇼코와 아버지의 빚으로 인하여 가족이 흩어지고 결혼을 했으나 빚쟁이들 때문에 이혼까지 했던 쿄코..

물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친 쿄코가 잘못된 선택을 한 건 분명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쿄코의 입장이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였다.

 

" 뱀이 탈히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요? 목숨 걸고 몇번이고 죽어라 허물을 벗다보면 언젠가 다리가 나올거라고 믿기 때문이래요. 이번에는 꼭 나오겠지. 이번에는 하면서..."

이런 뱀의 믿음이 쇼코와 쿄코에게도 있었던 거 아니였을까?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사회의 어두움과 아픔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화차, 미야베미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