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을 통하여 처음 알게 된 작가 천명관.

그리고 고래를 읽으면서 천명관 작가의 이야기꾼임을 발견하게 되었고,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읽으면서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11개의 단편이 묶여 있는 이 책은 단편소설집 치고는 꽤 두꺼운 편이다.

그리고 단편의 길이도 중편에 가까울 만큼 긴 내용도 있었다.

 

[프랭크와 나]

미국에 이민간 고종사촌형 프랭크와 랍스터 사업을 하려고 했던 남편은 캐나다까지 갔지만 랍스터 사업은 커녕

이런 저런 일에 꼬여서 갱들에게 위협을 받는 입장이 된 남편.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돌아온 남편은 보수는 적지만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몇년 뒤 동네에 생긴

랍스터 가게에서 랍스터를 먹으면서 추억을 곱씹는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 ]

우연한 기회에 남편이 여동생과 바람이 났다는 걸 알게 된 부인은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편지를 쓰고 목숨을 버린 생각을 하고 독약이 든 삼페인을 먹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남편이 도착하여 부인이 준비해 둔 삼페인을 먹으면서 편지를 읽었다.

그런데, 죽어야 할 부인은 목욕탕에서 나오고 자신은 어지러워 쓰러졌다.

 

[숟가락아, 구부러져라]

특출하게 잘하는 건 없는 나는 우연한 기회에 염력을 이용하여 숟가락을 굽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그 능력은 쑥~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고등학교 친구들, 군대에서, 직장에서 분위기를 망친다고 면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회사를 그만두고 접어들게 된 노숙자의 삶.

노숙자를 위한 쉼터에서 그의 염력은 능력을 발휘하여 숟가락을 휘게 하였고, 사람들의 관심을 많게 된다.

 

숟가락이 구부러지게 할 수 있다는 능력을 가진 남자는 단지 그 능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 능력으로 재물을 얻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만이 가진 능력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걸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군대에서도, 직장 회식에서도 시도를 했던 거 뿐이였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그 뿐만 아니였고, 또한 그 능력은 취직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였다.

그래서 유일하게 사람들 앞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그렇게 처참하게 짓밣히고 말았다.

아마 앞으로 그는 다시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숟가락을 구부리는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처럼, 나도 그리고 우리도..

남들 눈에는 특출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텐데..

사람들 앞에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들에게는 시시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그 무언가의 능력을..

 

여기에 실린 11개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하나..

소설은 물론 허구에 바탕을 두고 쓰는 거라고는 하지만.. 왠지 여기 소설들의 소재는 허구가 아니라

그 누군가가 겪었던 이야기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 역시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동질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멋진 소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