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단편소설에 대한 편견이 있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단편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너무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단편이라 손이 가지 않았고, 더 열심히 보게 되었다.

"월남쌈"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단편소설이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각각의 재료도 맛이 있지만, 그걸 한데 모아서 먹으면 더 맛있는 월남쌈..

 

"두근두근 내인생"이라는 소설을 읽고 난 뒤 [김애란]이라는 작가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녀의 소설을 더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골랐다.

 

달려라 아비를 시작으로 하여 총 9편의 단편이 모여 있는 이 책.

 

자신이 태어난 이후로 제대로 보지 못한 아버지.

그녀는 그런 아버지의 부재를 달리기를 하러 가기 위해 집을 나간 것이라고 생각하는 "달려라 아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있는 큐마트.

알바생과 별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지만 그가 나의 생활을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떤 물을 사는지, 햇반은 어떤 걸 사는지, 생리대는 언제 사는지 등..

그는 내가 사는 물건을 통하여 나의 습관까지도 알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급한 일이 있어 집열쇠를 맡겨야 했는데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던 중

큐마트 알바생에게 집열쇠를 맡기게 된다.

 

 

하하하하.. 이 순간 나는 얼마나 부끄럽고 식은 땀이 나며 쥐구멍에 숨고 싶었을까?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상대방의 겉모습을 통해 그 사람을 많이 알고 있고, 잘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다르면 그 사람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다.

늘 큐마트에 들러 삼다수와 디스를 사가는 사람을 알거라고 착각하는 주인공이나,

행동, 말투, 습관 등 겉모습만 보고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나나..

별반 다를 거 없는 "동상이몽"의 자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단편소설 "나는 편의점에 간다"를 읽으면서 너무나 웃기면서 또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소재를 생각하여 글을 썼다는 것 자체가 신선하기도 했고..

장편이나 단편이나.. 어디서나 빛나는 김애란 작가의 반짝거림..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