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쏘다_윤동주지음, 배용파 엮음, 이서지 화백

 

p39 또 太初의 아침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

電信株가 잉잉 울어

하나님 말씀이 들려 온다.

 

무슨 啓示일까.

 

빨리

봄이 오면

罪를 짓고

눈이 밝어

 

이브가 解産하는 수고를 다하면

 

無花果 잎사귀로 부끄런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p46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理由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p148 만돌이

 

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전봇대 있는데서

돌짜기 다섯 개를 주었습니다.

 

전봇대를 겨누고

돌 첫 개를 뿌렸습니다.

--- 딱 ---

두 개째 뿌렸습니다.

--- 아뿔사 ---

세 개째 뿌렸습니다.

--- 딱 ---

네 개째 뿌렸습니다.

--- 아뿔사 ---

다섯 개째 뿌렸습니다.

--- 딱 ---

 

다섯 개에 세 개......

그만하면 되었다.

 

내일 시험,

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

손꼽아 구구를 하여봐도

허양 육십점이다.

볼 거 있나 공 차러 가자.

 

그 이튿난 만돌이는

꼼짝 못하고 선생님한테

흰 종이를 바쳤을까요

그렇잖으면 정말

 

육십 점을 맞았을까요

 

2013년 2월 18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