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학 불교학과
소설보다 재미있는 불교 공부-정상교지음

 

웃다웃다웃다 참 웃~다

 

불교학에 대해
왜 몇 천년을 이어온 불교에 대해 연구되어지지 않는가?
왜 지금 단순한 기복신앙으로 점집으로 전락하였는가?
동아시아에 널리 퍼진 대승불교의 흐름은 어디에서 왔는가?

 

선문답...

우연찮게 도서관에서 손에 넣게된 이 책은 퇴근하는 전철 속에서 수없이 실없는 사람을 만들었다. 혼자 웃느라고...

 

들어가며
"머라꼬? 불~교!? 유학!?"
"불교, 그런 공부도 유학을 가나?"
"도쿄대학에 불교 전공이 있다꼬?!!"
3월 중순의 서울은 아직 쌀쌀한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난방이 잘 된 고속버스 안은 상대적으로 더 따스하게 느껴졌다. 정오를 향해가는 시간, 출근길의 복잡함이 사라진 탓인지 벗는 시워스레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버스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을 출발해 분당을 지날 즈음, 나의 기억은 꿈과 현실의 희미한 경계 어디쯤에서 싸구려 동네 양아치들과 맞닥뜨린 것처럼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과 대면하고 있었다. 그것은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자주들려오던 이야기였다.
"불교학과는 뭐 배우는 데고? 중 대가리 깎는 거 배우나? 전공 필수로 목탁 깎는 거도 배우고?"
"우리 동네 뒷산 약수터 옆에 무당집 같은 거 하나 안 있느나? 그 절 주지가 내 동창 아이가, 학교 다닐 때부터 한문 좀 껄쩍 거리더만 지 손으로 대가리 믹고 중 행세 안 하나, 마누라하고 애들은 시내버스 정류장 옆에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살고... 글마가 써주는 부적이 요하다ㅗ 글마한테 점 보고 대학에 붙은 학생이 한둘이 아이라 카더만, 그런 소문이 있어가꼬 글마 부자다.차도 내보다 더 좋은 외제 지프차 몰고 안 다니나, 소개시켜 줄까? 글마한테 가서 배우제, 머한다꼬 외국까지 가노? 누가 중 자격증 보여 달라는 것도 아이고..더운 밥 처묵고 별짓 다한다."
"조상님 중에 누가 젋 밥 훔쳐 드셨나, 판검사 될 장손이 대가리 깎고 중이 되질 않나, 또 한 놈은 대학 다 졸업하고 나이 처먹고 대학 다시 들어가서 한다는 짓이 뭐? 불교학과? 미친 놈들 아이가?"
...
"니 불교 공부하나? 그라믄 내 사주팔자 좀 봐도, 팔자에 예쁜 계집 복이 있는 동 없는 동?"
"불교학과? 안 그래도 내 이사할라 카는데 택일 좀 해도."
"불교 책 읽다 보면 전생도 보이나? 내 전생은 뭐꼬? 전생에 뭔 짓을 해서 이렇게 일이 안 풀리노... 어제 꿈자리도 뒤숭숭하던데 꿈풀이까지 해 주믄 더 좋고... 자비 좀 베풀어 봐라. 나무아미타불~"
"불교학과 다니는데 고기 먹어도 되는 기가?"
"그라믄 니도 중 되는 기가?"
솔직히 나도 만약 불교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면, 누군가 불교 공부 하러 유학간다고 하면, 아니 4년제 정규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한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을 것이다.

 

다음으로
불교학을 공부하기 전에도 불교에 관심은 있어 서점에 가보면 다른 종교 서적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도 그렇거니와, 그나마 있는 불교책들 중 전문학술 서적은 너무 어려워 읽을 수조차 없었다.
그 외의 불교 책들은 도덕책에서도 읽을 수 있는 '착하게 살라, 미워하지 말라, 눈뜨니 행복하다, 잠드니 행복하다"등의 흔하고 당연한, 예수님도 부처님도 공자니도 가르치셨을, 딱히 불교의 것이라 할 수 없는 주례사 설법만 가득한 스님들의 에세이가 전부였다.
생각을 버리라면서 올바른 가르침가지 버린 책들이 다반사요, 화내지 말라지만 읽고 나면 아무 내용이 없어 화만 돋우는 책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기인과도 비슷하게 그려지는 선종 선사들의 패러독스니 반어와 재치의 아이러니니 하는 알아듣지도 못할 대화법만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을 원숭이에 비유한 스님의 말씀이 왠지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
"원숭이 한 마리가 한 손으로 이 나뭇가지를, 또 다른 한 손으로는 저 나뭇가지를 잡고 끊임없이 돌아나니지, 우리 마음이 꼭 그래. 잡념과 잡념의 나뭇가지를 붙들고 끊임없이 뛰어다녀."

 

조금은 불교적인
어느 날 고타마 붓다에게 어느 수행자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물어보았다.
"깨달은 자여, 우주의 모든 이치를 깨달았다고 칭송받는 스승이시여, 어리석은 나의 질문에 답을 주소서.
이 우주는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인지, 아니면 영원하지 않은지.
이 우주는 공간적으로 한계가 있는지, 아니면 무한한지.
영혼과 신체는 동일한지 아니면 다른지.
신앙의 대상으로 신봉되는 당신과 같은 깨달은 자는 죽은 뒤에는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해 아직 명쾌한 답을 들어본 적이 없사오니 깨달은 자의 견해를 일어 주시오소서."
언제나 이름 있는 철학자들, 사상가라 칭하는 자들이 입에 올리기 좋아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물음에 대해 고타마 붓다의 대답은 비유로부터 시작되었다.
"독화살에 맞아 죽음에 임박하여 괴로워하는 이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함은 그 독으로 인한 상처의 치료이지 독화살이 날아온 방향이나 독화살을 만든 자에 대한 탐구가 아니듯, 죽음 이후의 존속 여부가, 이 우주의 유무한이, 지금의 삶과 수행의 길에 있는 그대에게 어떤 도움을 준다는 말인가?
언제나 신의 입을 빌려서만 이야기되는 이러한 질문은 바른 지혜를 알아감에 무익한 사색이며, 해탈과 상관없는 질문이다.
만약 이러한 무익한 물음에 대해 개달은 자의 이름으로, 혹은 신의 이름을 대신하여, 사후 영혼의 존재, 우주의 유무한이 '반드시 있다'라고 답을 내려준다면 어리석은 자들은 그저 존재이라는 극단에 빠질 것이며, 만약 "없다'라고 답을 내려준다면 어리석은 자들은 그저 없음이라는 또 하나의 극단에 빠질 뿐이다. 이들 두 극단에서 자유로워진 중도를 붓다는 가르칠 뿐이니라.
그리고 그대, 사랑하는 수행자여, 붓다의 지혜란 중생들의 과거를 알고 미래를 예언함을 일컫는 말이 아니요, 사후 존재의 있고 없을을 알려주는 말도 아님을, 그대 사랑하는 수행자여 알아야 하느니.
그래서 그대, 관념의 유희에 빠져 있는 안타까운 수행자여,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은 붓다의 지혜란, 끝없는 번뇌 속에서 괴로운의 윤회를 반복하는 가엾은 중생들을 위해, 저 길은 인샌의 고통이 계속되는 길이며, 이 길은 대자유의 해탈을 얻는 길임을 가르쳐주는 것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2017년 9월 90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