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 미셸퓌에슈 - 심영아 옮김

 

그녀가 '네가 사랑하는 건 뭐야?' 라고 묻는데,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솔직하게 털어놓자니 너무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둘러대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 뭐 사랑하는지 내가 알기는 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사랑하느냐?

이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하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드러내게 된다.

사랑이란 비할 데 없는 경험이다.
사랑할 때 우리는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천하무적이라도 된 듯, 활기에 넘친다.
또한 현실의 새로운 차원이 드러나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과 모든 상황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는가 하면, 살아 있음을, 지나가는 모든 순간을, 생생하게 느낀다.

사랑이란
상대가
일종의 절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가치는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과 우리가 그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모든 이익과는 무관한 것이다. 사랑이란 이익에 대한 초연함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익에 무관심한 것은
한편으론 다른 것에 열정적으로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며, 오로지 그 사람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추운 새벽 크루아상을 사와서 사랑하는 사람이 깨기 전에 그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연인은 상대가 커피를 마시거나 크루아상을 먹는 모습에서 자신이 커피를 마시거나 크루아상을 먹을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
절대적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걸까?

그런 일에는 한계가 없고, 모든 것이 가능하며 무한대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태도는 종종 의도하지 않았던 폐해를 불러온다는 점을 침착하게 헤아려볼 수도 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상대를, 또한 서로의 감정을 이상화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객관적이지 못한 것은
정상이다.

이상화하되 신격화하지 않는 것,
바로 이것이 일관성 잇는 사랑을 위한 도전과제이다.

어쨋든 끝없는 이상과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실패와 환멸을 자초하는 일이다. 커다란 여드름이 났더라도 남자친구는 여전히 멋있다. 약속이나 생일을 깜박할지라도 여자친구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불충분한 결과에 대해 점수를 깎는 관계라면, 사랑이 아니라 심사나 경쟁을 해야 하는 다른 종류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신비로 가득하다.
사랑할 때 우리는 자신을 초월하는 힘에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사랑에는 일상적인 현실의 것이 아닌 어떤 신성함이 있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종교적 믿음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일종의 신비주의적 상태에 들어간다.
사랑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회심, 인격의 전면적 변화를 가져온다. 물론 사랑이 진짜 종교는 아니다.
오히려 강렬한 미학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처음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사랑이란 돌보는 것이다.

상대를 돌보고
관계를 돌보며,
또한 자신을 돌보는 것.

 

2017년 6월 28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