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p17 해방후 35년간의 우리 불교사의 황폐화과정은 인류 종교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떤 특이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역사로서 독자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성격의 것일 것이다.

 

p46 광주꼼뮨의 붕괴과정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 조선민중이 그다지도 선진국. 신사국, 그리고 종주국으로 받들어  모셨던 미국이 진압군의 편을 들었지 시민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명백한 사실일 뿐이다.

 

p67 절간의 최대의 비극은 법회의 빈곤이다. 예수쟁이들이 모여있는 데를 가보며는 그래도 들을 말이 있다. 무지무식한 대중들에게도 살아가는데 구체적 도움이 되는 언어를 제공한다. ... 그러나 까까중들이 모여있는 곳엘 가면 언어가 없다. 유치해서 들어줄 수가 없다. 무지한 독선의 내뱉음이요, "벽암론"의 아류에 아류도 못되는 공안(화두)의 원숭이짓이요, 끼리끼리 모여앉을 땐 음담아니면 패설일 뿐이다. 딸서 기독교의 설교에 해당되는 "설법"이라는 것이 법회의 감동적 핵으로서 성립될 수 없다, 기껏한다는 짓거리들이 예수쟁이 찬송가 흉내낸 찬불가를 부르고 앉어있다. 그것도 피아노반주에... 그것도 아줌다들로 구성된 성가대 비슷한 번뜩이는 울긋불긋한 옷을 걸친 합창단의 노래로.... 산사에서 피아노반주에, 성가대에, 서양음계의 찬불가라∼∼ 우하하하하... 제발 나의 아구가 웃느라고 낭비되는 에너지를 사용치 아니하도록 해다오... 제발, 제발, .... 나는 내 한평생을 우리나라 국악운동에 헌신해왔고, 또 앞으로도 헌신할 사람이다. 지금 국악이 얼마나 발달되어 있는데, 지금 국악의 순수음계를 이용한 작곡의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 것인데, 그리고 지금 우리의 피부에 그대로 와닿는 국악기의 음색과 멜로디로 그 얼마나 많은 음악의 세계를 표상할 수 있는데.... 뭔 얼어빠질 찬불가냐 찬불가는... 그 멋대가리없는 피아노? 쾰른대성당에가서 조선민중의 찬불가를 부를셈이냐? 헨델의 메사이아와 아니 바하의 마태 수난곡과 경쟁을 벌릴 셈이냐? 오∼부처님이시여∼ 이 무명의 중생들을 제도하소서! 이들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를 모르나이다∼나무아미타불.

 

p84 조선불교사의 인물의 빈곤이여! 조선민족불교사의 최대의 비극은 원효이래 원효를 뛰어넘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보조지눌이래야 원효에 비하면 그 생각의 생김새가 퍽이나 초라한 것이다.

 

p90 현대인이라고 하는 우리의 일상적 체험세계를 분석해보면 이러한 최면(광고), 즉 어떤 심리적 강제력에 의하여 그 상당부분이 지배당하고 있다. 우리집에서 내가 키우고 있는 내아이들의 행동양식을 관찰해봐도 결코 그들의 자율적 판단이 아닌 이 사회로부터 주어지고 있는 수없는 최면체계에 의하여 지배당하고 있는 가련한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이놈의 사회에서 사는 것이 죄지!

 

p97 샤마니즘은 종교의 원시태가 아니며 종교의 근본태이다. 모든 고등종교의 과제는 이러한 샤마니즘적 충동, 그 에너지를 어떤한 작위(문명)의 양식에 따라 전위시키느냐는데 있다. ...

야소(예수)는 인민대중에게 있어선 쎈 무당, 쎈 신령, 그래서 딴 귀신들이 꼼짝못하는 그러한 쎈자라는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p101 제복이 없이도 신도들의 존경을 받으며 연보돈 걷어내서 살아가고 있다는 이 기적적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스님들이 바로 이러한 의상의 본질, 의상에 가리워져 잇는 자기존재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면 앞으로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는 것, 특히 승려불교는 끝장난다는 사실을 좀 명심해주기 바란다. 불교는 분명 이땅의 것이요, 그대들의 것이 아니다.

 

p105 한 인간의 수도를 통해 쌓아 올린 경지는 말과 말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몸과 몸으로 전달될 뿐이다. 몸과 몸의 만남은 언어가 없는 것이기에 거짓이 끼어들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만공문하 고봉의 수제자로 숭상행원)을 쳐다보는 순간, 최소한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지각ㅁ했다. 아니, 그는 해탈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얼굴속에는 위압적인 석굴암의 부처님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골목에서 흔히 만날 수 잇는 "땅꼬마"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몸의 해탈의 최상의 경지는 바로 어린애 마음이요 어린애 얼굴이다. 동안의 밝은 미소, 그 이상의 해탈, 그 이상의 하나님은 없는 것이다.

 

p127 나는 내가 먹고 자라난 조선 땅의 역사를 이렇게 생각한다; 인류사으 ㅣ모든 가능태가 이 조선땅의 역사속에 들어있다. 서양에 교황이 있고 중세가 있고 연금술이 있었다면 그것도 이 땅에 있었다. 유럽에 르네쌍스가 있고 종교개혁이 있고 이성주의가 있었다면 그것도 이땅에 있었다. 희랍에 폴리스(도시국가)가 있었고 에집트에 피라밋드가 있었다면 그것도 이 땅에 있었다. 왜놈 섬나라에 천황이 있고 또 야마토 조정의 귀족들이 있었다면 그것도 이 땅에 있었다. 나는 우리 조선땅의 역사를 인류역사의 모든 체험체계의 총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류가 경험한 모든 치욕과  영예가 이 역사속에 ,그리고 바로 이 내몸속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이렇게 역사를 보지 않았다. 우리나라으 ㅣ역사는 특수한 "국사"라는 문화체일 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연대를 외우고 사람이름을 외웠던 것이다. 그들은 결국 그 하나를 못 본 것이다 : 인간! 인간이라는 그 보편자를!

 

p149 그들은 허망과 진실의 근본적 진리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세를 살아가는데 무엇이 나에게 '이익"을 줄것이냐만을 생각하는 리알리즘(현실주의)의 노예들이다. 이러한 리알리즘은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리알한 대중 곧 민중의 모습인 것이다. 여기에 바로 오늘날 소위 "민중철학"이 지니고 있는 절대적 한계가 엄존하는 것이다.

 

p178 예수 그리스도가 아무리 폼을 잡고 로마교황이 아무리 폼을 잡고 김수환추기경이 아무리 폼을 잡고 한경직목사가 아무리 폼을 잡어봐야 그것을 밎는 사람은 이땅의 민중이다. 이 땅의 민중에게는 예수그리스도(基)는 바람(param)의 일종이다. 예수는 洋바람잽이인 것이다. 이것은 모든 종교가 이땅에서 겪는 운명이며 그 한계며 또 그 힘이다. 그것은 釋風, 道風, 儒風, 基風, 등 모든 종교, 즉 자기들 것만이 모두 으뜸(宗)가는 가르침(敎)이라는 절대성을 주장하는 모든 종교(으뜸 가르침)가 이땅에서 겪는 공통된 운명이다. 모든 종교의 절대성은 제아무리 칼 바르트가 인간과의 쌍방적 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절대성속에서 신성(divinity) 즉 하나님(god)을 규정할려고 해봤자 그것은 궁극적으로 "주관적 절대성"일 뿐이다. 모든 제도화된 종교의 절대성은 "상대적 절대성(relative absoluteness)일 뿐이다. 궁극적 절대성이란 인간 ! 인간 ! 그 인간 속에 내재하는 바람(風)일 뿐이다.

 

p199 화랑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국가관에서 파생하는 세계관의 구조속에서는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p204 나는 신라불교의 정화를 전달해 주는 가장 생생한 모습을 서물(書物)에서 구하지 않는다. 나는 신라인의 숨결이 그대로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살아있는 언어, 근본적으로 변질이나 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바로 그 당시의 언어, 어디든지 방대하게 널려져 있는 언어, 그 언어에서 구한다. 그 언어란 바로 불상이다!

 

p223 기독교는 교리가 못생겼기 때문에 사람하나는 올바르게 키워놓는데, 불교는 교리가 하도 잘나서 사람을 병신을 만들어 놓는다.

 

p246 제국주의하면 흔히 국제정치의 역학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제국주의"만을 지칭하고 있으나 사실 제국주의의 본질은 역사적으로 "문화제국주의"에 있는 것이다. 한국민족이 일치단결하여 미군의 주둔을 원치않는다 하더래도 미국은 그들의 군대를 한국민의 의지와 무관하게그들이 필요하다고 판정되는 한에 있어선 주둔시킬 것이다. 한국놈들이 아무리 까불어봐야 새발의 피다! 이런것이 바로 제국주의라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내가 생각컨대 미국은 자체내 이득의 상실에 의하여 결국 미군을 철수시키고야 말 것이다. 唐나라 군대를 한반도에 영원히 진주못시키고 철수해야만 했던 당제국의 운명과 동일하다. 그러나 용산에 미군부대가 없어져도 미국이라는 문화의 지배는 이 땅에 영원히 남는다. 당나라 문명이 통일신라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했듯이....

 

p255 남한의 기독교세력은 1945년 통계에 의하면 신교, 구교를 다 합쳐봐야 40만미만의 매우 미미한 인구분포에 불과했다. 45년 40萬의 세력이 88년 통계로 불과 40년남짓한 동안 1300萬으로 강냉이 튀겨지듯 급속하게 뻥 튀겨진 이러한 역사적 현상을 단지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듯, 하나님의 나라의 묵시론적 성취를 의미하는 주님의 축복이라고 판정해버리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사회. 정치, 경제사의 제문제가 소위 "미제국주의"의 식민화과정과 관련하여 얽혀있다는 사실을 상식인이라면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방방곡곡 온누리가 야훼_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야만 하고 또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가?

 

p275 제국주의의 이해는 단순히 요즈음 어린학생들이 잘못 생각하듯이 정권의 주체의 변화에  그 핵이 잇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구조의 변화에 그 핵이 존하는 것이다.

 

p309 불교적 형이상학이 오늘 민주, 과학사회에서 갱생하는 길은 깨달음이 곧 깨달음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며, 이것은 산사에 홀로앉은 선승이 달성할 수 있는 바는 아니다. 깨달음은 강압이나 강권에 의해서가 아니라 깨달음 그 자체가 지닌 속성에 의하여 깨달음의 모든 부당성을 제거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기철학적 불교관"의 요체이다! 모든 진리는 비판되어야 하는 것이다!

 

*** 2013년 10월 1일 새벽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