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온다. 모두 일터에서 돌어온다. 일제히 배고픔에 올라탄다. 배고픈 사람의 눈에 다른 배고픈 사람은 올라탈 침대틀로 보인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다, 나는 느낀다, 배고픔이 우리 위에 올라타는 걸. 우리는 배고픔을 위한 틀이다. 우리 모두 눈을 감고 먹는다. 우리는 밤새 배고픔을 먹인다. 우리는 삽 위에 올라탈 배고픔을 살찌운다.

<숨그네> 내용 중....

드디어 2009 노벨문학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작품이 출간됐다. 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도 뮐러의 작품이 없어 어떤 작가인지, 어떤 작품을 썼는지 몰라 애만 태웠던 걸 기억할 것이다. 나 또한 무척이나 궁금했다. 과연 어떤 작가이길래 2009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일까?

헤르타 뮐러의 삶이 곧 문학이고 역사라 할 수 있다. 뮐러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난 뒤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독일계 소수민족으로 살아간다. 독일에게 핍박을 받던 루마니아로서는 독일계 소수민족이 눈엣사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괴롭혔다. 그 예로서 뮐러의 어머니는 우크라이나 강제수용소에서 아무 이유도 없이 끌려가 5년간 노동을 한다. 독일계 소수민족은 이런 엄청나게 열악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말이다. 보이지 않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루마니아에서 산다는 게 과연 어떤 기분인지 아무도 모르고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서 뮐러는 보이지 않는 철창을 통해 본 세상을 보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한 책이 바로 <저지대>이다.  <저지대>는 뮐러의 단편집으로 어린 시절 루마니아에서 사는 독일계 소수민족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담담하게, 고독하게, 처절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말이다.

<숨그네>는 헤르타 뮐러의 최근 장편소설로 헤르타 뮐러의 생일에 맞춰 출간했다. 그 정도로 뮐러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며 독일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 하겠다.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독일계 소수민족의 남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잡혀가 고역의 노동만 요하는 수용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배고픔과 함께 육체적 노동만 존재하며 ’희망’이란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글을 통해 역사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말하고 있다. 마치 21세기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보는 것만 같다. 두 작품의 느낌은 비슷한데 동시대적인 상황에서 수용소란 장소 또한 같기 때문일 것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유쾌히 서술하고 있지만 <숨그네>는 시적인 표현으로 언어적 감각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고 본다. 같은 것을 보아도 결코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헤르타 뮐러의 특징이 아닐까? 뮐러 자신이 만든 단어의 조합인 ’숨그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