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안경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잔잔한 영화였지만, 그런 잔잔함이 때론 힘든 삶에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카모메 식당의 주먹밥 그리고 시나몬 롤, 안경의 빙수와 매실절임 등등 그들의 식탁은 영화에서 인물들 못지 않게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영화들의 음식 감독을 맡았던 이이지마 나미씨가 책을 썼다고 한다.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표지에다가, 에세이든, 레시피든 그 어느 쪽이라도 좋아 라는 기분으로 이 책을 선택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소소한 일상들과 그 일상에 어울리는 일본 음식들을 소개한다. 나에게도 익숙한 유부초밥과 일본 튀김, 스파게티, 오므라이스- 일본 만화나 책에서도 익숙하게 등장하고, 우리 나라에서도 종종 해먹는 메뉴도 있는가 하면, 오하기라던지, 돈지루라던지 다소 우리에게 낯선 음식들도 있었다. 제일 해먹어보고 싶던 음식은 튀김 요리와 푸딩. 날씨가 한참 더워지고 있었기에 뭐랄까 푸짐하면서도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야채튀김이 참 맛있어 보였다. 

이 책은 에세이라기에는 2% 부족하다. 하지만 레시피로서는 음식을 만들고 싶게 하는 동기부여부터 소소한 설명까지 정말 정다운 요리책이라고 생각한다. 은은한 느낌의 사진들과 왠지 친숙한 글씨체 역시 책에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좀 더 영화이야기라던지,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이 솔솔솔 풀어져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바래본다. 요리책으로는 레시피 가지 수가 조금 부족하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이야기가 부족한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다. 

LIFE라는 책 제목에서 누군가 "먹기 위해 사냐? 살기 위해 먹지." 라는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그런데 요즘은 점점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 것 역시 좀더 행복하게 먹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화려함이나 짜임색 있게 돌아가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마치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듯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여기에 나오는 음식 한가지를 만들어서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