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막히는 기분이다. 왜 요즘 읽는 책은 하나같이 힘이 든것인지. 한 문장 한 문장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느낌이다. 하나씩 천천히 읽지 않으면 감정에 체해버릴 듯한 느낌. 애초부터 상상하기 조차 싫은 상황이었다. 눈앞에서 어린 아들이 죽다니. 아들을 태우고 가다가 아들과 비슷한 아이를 차로 치어 죽여버리다니. 등장인물 중 그 어떤이에게도 감정을 이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냉정하게 타인의 이야기처럼 읽어내려가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한장씩 읽기 시작할 때마다... 멀리 떨어져서 바라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통이 손에 잡힐듯이 느껴졌다. 항상 다니던 익숙한 길 레저베이션 로드, 그곳에서 에단과 그레이스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드와이트는 그들의 아들을 죽인다. 셋다 나름의 괴로움과 좌절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같은 고통을 겪은 딸이 적어도 평소와 다를 바 없길 바라면서도, 자신들이 평정을 못 지키는 모습.... 그저 그들의 행동하나가, 말 한마디가 표출되는 분노보다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인 드와이트의 고통 역시 피해자인 부부의 괴로움 못지 않다. 그 경중을 감히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그의 괴로움 역시 동일한 무게로 전해져 온다.

이 책은 사건 그 자체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눌리는 소설인듯 싶다. 사실 사건의 전개, 반전...이런 것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고통을 곱씹어내는 모습이 마음 깊이 남았다. 가족을,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일생을 포기해야할만큼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을 때,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알게 모르게, 녹진하게 녹여버린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