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고를때는 어려운 논리학을 간단히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여겼었다. 꼭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학생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논리학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과학의 발전사가 논리학의 역사속에 있었고, 과학적 방법론의 모태가 논리학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학생때 논리학을 배우길 꺼려한 이유는 논리라는 말에 담긴 딱딱함 때문이었는데, 시저를 살해한 브루투스의 연설과 그를 자살하게 한 안토니우스의 연설은 논리학이 교과서에나 있는 이론이 아니라 소설, 아니 생활속에서 자주 접하는 것임을 알게 해 주었다. 더군다나 셜록 홈즈와 같은 탐정소설의 추리기법(가추법)은 논리학이 더 나아가 과학자들의 탐구적인 활동과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흔히들 잘 아는 연역법이 필연적으로 일어날 사실을 알려주고, 귀납법은 개연적으로 일어날 사실을 알려주는데, 가추법은 이미 일어났지만 아직 모르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래서 가추법은 이미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려는 탐정들과 과학자들이 자주 사용하게 된다.(p.147)

이 가추법은 다른 말로 가설연역법이라고도 하는데, 로널드 기어리가 제시한 6단계 프로그램은 과학자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설득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기어리는 "학문의 논리"에서 가설연역법에 따른 사고가 과학 이론을 세우는데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능력을 기르고 일반적 과학 교양을 쌓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p. 155) 그리고 가설연역법을 손쉽게 실행 및 평가할 수 있는 틀로서 6단계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그 한가지 예가 핼리혜성의 발견이다.

1) 현실 세계(문제)   : 핼리는 1682년에 관찰한 혜성의 궤도가 얼마나 큰지, 다시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자 함.

2) 모델 : 뉴턴 역학 모델을 적용하여 타원형 궤도 모델을 적용함

3) 예측 : 1682년에 관측한 혜성이 타원형 궤도를 그린다면 동일 간격을 두고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측

4) 자료 : 과거 자료를 조사한 결과 1530~31년, 1606~07년에 비슷한 궤도의 혜성일 지나간 내용을 찾음. 간격은 76년

5) 부정적 증거 : 없음

6) 긍정적 증거 : 같은 자료로 얻을 수 있는 대안은 다른 혜성들이 우연히 76년 주기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는 불가능

실제로 1758년에 다시 돌어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는 1743년 세상을 떠나 보지는 못했다. 허지만 1758년 그 혜성이 나타나 프랑스과학원에서 고인에게 상을 수여하고, 핼리혜성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전체 10장 중 5장까지의 내용이다. 이공계를 배운 나에게 상당히 흥미있는 부분이었다.

이후 6~10장은 논리학, 아니 철학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인간의 합리성, 토론술, 진리에 대한 부분은 조금은 난해하긴 했지만 철학의 핵심내용을 정리하기에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 이렇다 보니 방대한 자료를 이렇게 책으로 정리한 저자의 능력에 경외감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