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치던 날(문학과 지성사/김려령, 김양미, 배미주, 오채, 유영소, 이성숙, 이송현 글 / 정문주 그림)'은

'마해송문학상'을 제정한 문지아이의들의 100번째 책으로 이 상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일곱 명 작가들의 단편 작품집이다.

 

일곱 명의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작가가 다른 만큼 등장하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이나 문제들도 다양하다.

하지만 내 아이와 주변의 아이들이 겪을 법한 문제와 고민들, 아이들의 심리와 감정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세세하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앙큼한 일곱 살'에서 선글라스, 노란 머리띠, 사진기등 일상의 평범한 소재들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7살 아이에게는 다른 의미이다. 엄마의 상처를 감추어주는 선글라스,

예쁜 장면, 사람을 찍는 사진기가 아닌 알아볼 수도 없는 엄마의 부은 얼굴과 멍을 찍어대는 사진기이기도 하다.

아이의 기준으로 엄마를 때리는 건 아빠 등뒤의 나쁜곰 때문이다.

나쁜 곰이 떠나면 다시 아빠를 보러 오겠다는 꼬마는 앙큼한 것이 아니라 서글프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 다른 혹은 비슷한 꼬마아이를 위로할 것이며, 행복을 바랄 것이다.

아직은 심각한 가정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해 희미하게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바나나 우유 형'은 학교부적응아들의 문제를 유괴라는 소재와 연결해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돈 때문에 언제나 투덜대는 엄마도 싫고, 학교보다는 PC방, 게임이 훨신 좋다.

아이의 눈에 언제나 바나나 우유를 물고 PC방에 등장하는 게임천재 바나나우유형은 우상이나 다름없다.

그런 형이 떡볶이를 사주마하며 아이를 꼬드긴다. 날아갈 것만 같다.

자신을 유괴하려 하는지도 모르고 형에게 버스 자리도 양보해주고, 사래걸린 형의 등을 살살 두드려 주기도 한다.

흥분과 설렘, 두려움과 안도감등 아이의 감정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보는 이 또한 긴장을 놓칠 수가 없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이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느낄 것이다.

유괴당할 뻔 했지만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을 보면서 함께 안도의 한숨을 짓진 않을까?

 

'이건 비밀이야, 비밀'에서는 자신의 고민을 환상속에서 풀어내기도 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재미나게 보여준다.

뚱뚱하고 공부도 못하는 아이에게 자신이 만든 환상속 이야기는 신나는 탈출구가 된다.

토끼는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에게 복수하고자 아이와 합체가 되고 아이를 자신의 맘대로 조정하려든다.

수학문제도 토끼의 의지로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멋지게 풀어낸다.

신나고 들뜨기도 잠깐, 아이의 얼굴이 점점 토끼와 닮아간다.

결국 마음속 토끼를 잠재우기 위해 아이는 스스로 용감해진다.

환상속에서 멋지게 고민을 해결한 아이는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다른 아이가 아닌 내 아이가 보인다. 아이들 또한 다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동질감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공감과 함께 책 읽는 즐거움 또한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