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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2학년에 다니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마음에서 무거운 뭔가가 덜컥거리며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아빠는 우주최강 울보쟁이'는 간단한 책소개만으로도 이미 눈물 흘릴 준비를 하고 읽은 책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어내려갔지만 지속적으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뜨거운 무엇인가가 마음 깊은 곳에서 계속해서 움찔움찔거렸다.

뒤돌아보면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엄마가 되지 못했다.

결혼을 했고 임신을 했고 엄마가 되었다. 그저 정해진 수순이었다.

매 순간 행복하기도 힘들기도 한 나날들을 보내면서도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어떤 유치원을 보낼까? 무슨 반찬을 해줄까? 어떤 책을 읽어줄까?..

등등 현실적인 문제에만 급급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아이는 초등 2학년이 되었다.

[아빠는 우주최강 울보쟁이]에서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를 외롭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엄마를 사고로 잃은 어린 아키라에게 야스와 이웃들은 사랑과 정성을 다해서 아키라를 돌본다.

그러나 밤새 오줌을 지리고 유치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키라의 엄마잃은 자리는 크기만 하다.

거칠고 무뚝뚝한, 자신 역시 외로운 인생을 살아온 야스에게는 아키라의 존재는 사는 이유이기도,

힘든 짐이기도 하다.

아빠보다 훨씬 똑똑하고 엄마를 닮아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아키라이지만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감정표현이 서투른 아버지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여 자신의 목표인 도쿄에 있는 와세다 대학 법학부에 합격한다.

스스로 잘 자라준 아키라가 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헤어져 살며 다시금 외로워지는 아빠.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성인이 되어 아빠가 된 아키라에게 '아이를 외롭게 하지마라... 미안하다.. 많이 외롭게 해서..'라며

사과를 하고 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하나도 외롭지 않았노라 대답한다.

[아빠는 우주최강 울보쟁이]의 주인공들은 우리네와 크게 다를바가 없다.

무뚝뚝한 아빠, 자상한 엄마,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 그들이 나누는 사랑과 정..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 시절, 반항하는 사춘기 시절이 지나 철이 들어 부모곁을 떠나는 자식들까지..

내가 자랄때 보고 느꼈던,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하는 부모님, 내 아이..

가슴 한쪽 구석이 아리긴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고 있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토록 가슴을 울리는 건 아빠의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소중했던 가족이 아이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희생으로 단 둘만 남게 되었고

아이를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지만 표현은 잘 못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너무나 절절하게,

하지만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인 시케마츠 기요시는 현대 사회의 가족과 청소년 문제에 천착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아이들의 일그러진 아픔과 복잡 미묘한 심리를 예리하게 짚어내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아빠는 우주최강 울보쟁이]로 일본의 주요 문학상을 휩쓴 만큼

아주 담담하지만 세심하게 아빠의 심리를 담아가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야스와 함께 아키라를 키우는 느낌이었고

아키라가 떠나 외로워 하는 야스를 보며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7세 연상의 애 딸린 이혼녀와 결혼을 결심한 아키라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났고

새로운 가족이 생긴 야스에게 축복의 박수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고

아이를 절대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며 어떤 순간에도 편한 엄마가 되리라 맘 먹었다.

[아빠는 우주최강 울보쟁이]를 만나 부모가 된다는 것에 이제라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것에

감사하고.. 책을 읽는 진정한 기쁨을 누리게 해준 작가에게도 감사하다.

그냥 읽고 말아버리는 책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고 두고두고 읽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게 된 인연 또한 감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가족에게 감사하다.

이 감동과 느낌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