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너무도 철학적 질문이 아닌가? 아이구 머리야~ 절로 고개를 흔들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한 번 도전해보았다. 일단 책은 100쪽 정도의 분량으로 아주아주 가볍다. 그것이 맘에 들었다. 괜시리 두꺼우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기에......

3명의 저자가 각각 2002년 프랑스의 한 강연에서 발표한 내용을 모아 놓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명의 학자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신경생물학학자 장 디디에 뱅상, 고인류학자 파스칼 피크과 철학자 미셸 세르의 답변이 실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에 대한 정의 특히 동물과 분류하는 여러 특성들이 다분히 '인간중심적'이라는 지적이 흥미로웠다. 오히려 객관적이어야 할 과학이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의외성과 함께 기존에 내가 배워왔던 것에 대한 다른 해석들로 가득하다.

장 디디에 뱅상이 본 인간 : 인간에 대한 해석을 '인류영양생물'로 제안한 것이 흥미로웠다. 식물과 같은 독깁영양생물과 동물과 같은 종속영양생물의 구분이 아닌 인간의 사회성과 별개로 '인간으로부터 양분을 얻고 사는 인간' 또다른 집단이 가장 흥미로웠다.

세 명의 학자가 말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두 번째 파스칼 피크의 "인류 태동기의 인간'이었다. 특히 비교 동물행동학 부분에서 기존의 침팬지, 보노보 등의 연구결과를 정리하면서 인간의 특성이라 여겼던 많은 것이 산산조각나는 내용이었다. 인간의 특성으로 분류되었던 '직립보행, 도구사용, 전쟁, 성적 금기, 사회생활, 사냥 및 음식 고유, 성(性), 정치 도덕 거짓말, 공격과 화해, 상징적 의사소통, 자의식, 웃음과 울음'의 12가지가 다른 유인원에서 공유되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철학작 미셸 세르가 바라본 인간은 지극히 철학적이었다. 인간을 '시간'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주의 탄생, 생명의 탄생과 비교할 때 극히 적은 시간에 불과의 '인간의 탄생'과 관련하여 그 시간 속에서 진화중인 인간에 대한 해석은 어렵지만 색다른 인간에 대한 해석이었다. 도구의 사용은 거대한 시간 속에서 '시간 응축'의 산물이란 해석이 왠지모르게 명쾌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란 "체험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다. 엄청나게 긴 시간을 자신에게 굴복시킬 힘을 가진 존재다(98쪽)"라고 말한다.

 

여전히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도 과연 내가 제대로 읽고 이해를 한 것인지?  아니다, 이해까지는 아니어도, 나의 짧은 지식만큼만 겨우겨우 받아드렸을 뿐이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너무 큰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은근히 책에 홀딱 빠져버렸다. 가벼운 책의 분량만큼 가볍게 즐겨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알마 출판사의 여러 과학과 사회 시리즈의 또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