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호흡하게 되는 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될 때가 있다.

후지와라 신야, 그의 책을 몇 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무엇이 그렇기 좋았냐고 물어본다면 명확하게 답을 하는 것에 주저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점이 있었다고는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뛰어난 문장 혹은 경험을 한 사람인지, 아니면 보다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그 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옮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인생과 나의 인생에서의 시간적인 간격이 어느 정도 있는 편임에도 생각보다는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아메리카 기행”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만의 색이 무엇인지, 그만의 느낌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이전에 만났던 책들로 인해 은근히 기대했던 무언가가 있었음은 분명했던 것 같은데, 처음에 무엇을 기대했었는지 가물가물해진 듯 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기대를 얼마만큼 채워주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의 또 다른 책들이 궁금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어떤 곳을 여행하고 어떤 책을 출간하였는지까지 여러 홈페이지 등을 살펴보며 알아볼 만큼의 애정은 아닌 듯하지만, 그래도 그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는 조금은 게으른 독자의 입장이 아닐까 한다.)

이번 책에서는 약간의 건조함과 삭막함 그리고 외로움이 때로는 사무치게 느껴지기도 했으며, 아메리카라는 공간적인 곳에 대한 이야기들 보다는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곳을 바라보고 인식하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많은 이들의 선만의 대상이 되었던 강하고 뛰어난 나라가 아니라, 단조롭기도 하고, 삭막함이 무겁게 자리 잡기도 했으며, 화려함 뒤에 남겨진 뭔지 모를 씁쓸함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편으로 그것이 그 공간에서만의 느낌이 아니라 문명화되고, 빠르게 변해가는 거대한 도시들의 조금은 전형적인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보다 그 분위기와 전경들을 크게 반기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조금은 익숙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한번쯤은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래서 처음 들어가는 부분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모터홈”을 이용해서 여행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 전에 유럽여행을 이런 방법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거나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인 듯 하며, 한편으로는 미국 여행에 대한 나름의 낭만과 로망이 사라져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그 땅을 꼭 밟아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해서, 앞으로의 계획에는 무수한 의문 부호들이 떠돌아다니고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그곳을 가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는 조금 더 확신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