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답답함에 혹은 머물러 있음으로 인한 체념어린 생각들에서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솔직히, 여행을 떠나서 특별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상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때문인지 혹은 책임감을 잠시 놓아두고 떠나기 때문인지, 여행을 가게 되면 별것 아닌 일들도 새로워 보이고 즐겁게 느껴지는 듯 하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게 되면, 조금은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서 마주하게 될 시간들이 많아진다. 오롯이 혼자 있게 되는 시간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며, 무언가 일상적인 반복에서 벗어서 새로운 시간들을 보내게 되면서, 자신의 여러 면들을 살펴보기 시작하기 때문인 듯도 하다. 그리고 생각할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이전에는 묻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는 틈이 생긴다고나 할까. 그래서 가끔은 정말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긴 시간이든 짧은 시간이든 여행을 떠나는 것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황천의 개”

이 책은 제목만큼 조금은 색다른 책이다. 여행기라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여행기의 제목이라고 하기에는 그 내막을 알 수 없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느낌과 유사한 듯도 하다. 분명 여행기라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누군가의 존재와 그의 행동의 원인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떤 젊은이와의 인터뷰,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런 느낌과는 상관없이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조금씩 그만의 이야기 방식에 매료되고,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인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보통의 여행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여행의 방식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으니 그리 특별하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가 바라보는 것들이 그리고 그의 생각들이 한편으로는 몹시 끌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듯한 느낌도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가 바라보는 시선들에서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해야 할지. 그럼에도 그런 그의 에세이들이 이상하게 마음이 쓰이고, 그의 그런 표현들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부분들도 있었다. 오히려 솔직하게 치부를 드러내어서 홀가분해진 기분 혹은 궁금했던 부분이지만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함으로 인해서 오리려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당당하게 궁금해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조금은 거침없이 꾸밈이 없는 그의 글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 듯도 하다.

이번 책은 사진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물론, 사진이라는 것이 그 시간들의 생동감을 되살려 주기에 때로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의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어쩌면 이번 책에서는 사진이 그 시간의 느낌을 살리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후지와라 신야의 또 다른 책을 발견하게 된다면, 다시금 반가운 마음으로 그의 책을 읽게 될 듯 하다.

다음번에는 또 무엇에 매료되어 어디로 향하고 가고 있을지 그의 여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