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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양육서를 읽다 보면 으레 전문가인 저자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와 상식들에 밑줄을 그으며 공부하듯이 읽게 된다.

어쩐지 읽을수록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지만 더 걱정되기도 한다.

<아빠, 딸을 이해하기 시작하다>라는 책은 그럴 필요 전혀 없다. 

딸을 이해하기 전에 여자이자 아내를 일찌감치 (집안의 평화를 위해) 이해하는 척,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다.

이미 보나 마나 '억지로 등 떠밀려 이 책을 읽는 아빠들까지도 얻어가는 게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하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로서 '심리학'의 이론을 운운하기보다는 '임상' 상담을 통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이때도 역시나 기존의 생각이나 통계, 학설의 결과들에 대한 쿨한 반전이 있는 설명이 재치와 함께 설득력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큰 반전은 저자는 두 아들만 가진 아빠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읽는 내내 혹은 중간마다 '빵 터졌다'는 표현을 해도 될까?

 

저자는 흔히 당연하게 믿고, 알고 있었던 아들과 딸의 차이점은 성에 관한 사이비과학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 딸의 청력이 아들의 청력보다 더 예민하다. 그래서 아빠가 보통 목소리로 말하더라도 딸은 아빠가 고함을 지른다고 불평한다.

- 딸의 시각 체계는 아들의 것과 완전히 다르게 설계됐다. 그래서 딸들은 아들과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색깔도 더 많이 사용한다.

- 딸은 아들보다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야기한다. 두뇌의 서로 다른 두 부분이 아들보다 더 일찍 연결되기 때문이다.

- 딸은 아들보다 공감을 더 잘한다. 그러나 아들은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자신을 위협해야 비로소 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다.

- 딸은 아들보다 말이 많다.

- 딸은 언어를, 아들은 수학을 더 잘한다. (p.83)

상기의 사실처럼 보이는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며 그들의 '주장'에 더 가깝다고 한다.

물론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비중이 아주 작으며 그것은 개인별 차이라는 것이다.

 

아빠의 삶에 딸을 초대하고 딸의 삶에 찾아가서 사소한 일부터 대화할 수 있는 멋진 아빠,

그런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어떻게 울 신랑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저자의 다른 책, <엄마, 아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다>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

어떤 인간관계이든 진심과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부모-자식관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