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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 읽는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이 체 되지 않는다.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도 겨우 같은 기간인데 이따금 누가 내 블로그에 와서 글을 잘 봤다느니,

쭉 둘러보고선 (서로)이웃을 맺고 싶다고 신청을 하면 그렇게 낯이 뜨겁고 부끄러울 수가 없다. 정말 '이따금' 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제 나에게 '독서'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습관이 되려 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세계를 알고 싶은 욕심도 마구 생긴다.

그래서 실용서 위주로 읽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인문, 사회, 고전분야에 감히 탐닉하고 싶은 마음을 품어본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과 장르의 구분 없이 '각종 책을 많이 읽어내는 학자'로 정평이 났다는 저자, 최재천 교수가 세상에서 가장 풍성한 만찬에

초대 한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맨 뒷자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통섭의 식탁>에 조심스레 앉았다.

'통섭',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막상 뜻을 생각하니 설명조차 되지 않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물에 널리 통함, 서로 사귀어 오감'이라는 건데

19세기에 영국에서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 새롭게 태어난 개념을 저자를 통해 6년 정도 우리나라 사회의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만찬에는 군침 돌고 눈길 가는 메뉴가 참 많다.
첫술에 배부르랴, 급히 먹는 밥은 체하는 법처럼 우선 <셰프 추천 메뉴>를 통해 가볍지만 얕지 않은 맛보기를 해준 다음,
코스요리의 시작인 <애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1~2> 를 마치고 <디저트>로 쉬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리고는 <일품요리>와 <퓨전요리>를 통해 위에도 썼다시피 생물학 박사이지만 갖가지 분야를 섭렵하며 쌓인 수많은 사유들,  
바로 가족, 여성, 경제, 돈, 정치, 농업 등 그가 그간 읽었던 좋은 책의 깊은 맛을 소개한다. 꼭 베스트셀러가 아닐지라도.

 

저자는 아는 것이 많아서 정말 먹고 싶은 것도 많겠다는 생각에 정말 부러웠다.

나는 먹고 싶은 것만 많지 아는 것은 별로 없는데 말이다.
이 책의 삽화는 볼수록 참 감각적이고 적절하며 읽는 즐거움과 상상력이 배가되니 한 몫 크게 했다.
읽고 나서 내가 느낀 것 이상을 글로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속상한 일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이럴 땐, 저럴 땐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고맙고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