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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 햇병아리처럼 사랑스럽고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표지가 눈에 띄는 책,

에쿠니 가오리의 <나의 작은 새>를 읽었다.

저자가 쓴 책은 익히 들어왔지만 내 감성이 너무 메말라서일까….

남녀 간의 이별이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본 횟수는 손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책은 '사랑 비슷한' 뜻밖의 동거 이야기이다.

조심스레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요즘, 책에서 다시 눈이 내리는 차가운 아침을 맞았다.

주인공 '나'가 마시려는 커피향기에 이끌렸던 걸까?

(어쩌면 전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지도!)

핑크빛 부리와 다리를 가진 10cm 정도의 새하얀 새가 갑자기 창틀에 불시착했다.

그러더니 설마, 설마 했는데 "아이, 뭐야. 창문을 어중간하게 열어놓고." 라고 말을 한다.

사실 '나'에겐 전에도 참새가 찾아온 적이 있었고 1년 반쯤 함께 살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연히 작은 새와의 잔잔한 일상이 시작됐다.

p. 57

"한 마리의 작은 새로서 내가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너의 걸점을 알려줄까?"

언제였던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예전에 이 방에 있었던 -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와 어느 날 갑작스레 사라져버린- 진한 갈색의 작은 새에게서.

"결점?"

나는 되물었다. 여름이었고 우리는 창문을 열어둔 방 안에 있었다.

"너는 남을 지나치게 받아주는 편이야."

작은 새는 내 눈을 쳐다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게 잘못인가?"

"이따금 몹시 쓸쓸해져."

그 작은 새는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에일 듯이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목이 마르다 하여 미네랄워터를 주려 하면

"그냥 수돗물이면 돼. 난 저기 어디쯤의 허약한 새하고는 다르거든."

모이로 조개 가루를, 아프다 해서 약을 주려 하면

"럼주를 끼얹은 아이스크림이면 돼."

어떤 날은 '나'의 '여자친구' 험담을 했더니 한바탕 웃으면서

"어머, 어떻게 그런 말을!"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끝내면 "뭐야, 벌써 끝났어?"

하루를 보내며 생기는 일화 속에서 녀석의 모습은

정말이지 유별나고 도도하면서도 까칠하기도 한 괴짜다.

'작은 새'가 위층 할아버지의 어깨에 앉아 너 따위는 본 적 없다는 듯한 새침한 얼굴을 할 때의 '나'는 마음과

'작은 새'가 집에 없는 날, "우리 둘만 있는 것도 꽤 좋은데?" 라는 '여자친구'의 마음이 알듯 말듯,

이들의 삼각관계는 참 오묘하다.

저자는 끝맺음에서 해설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누구를 가장 좋아하는가.

읽으면서 문득 깨달았을 때, 당신은 누가 되어 있었는가.

당신은 누구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는가.

당신이 가장 동경하는 건 누구인가.

이 책을 보면서 문득 두 달 전부터 키우고 있는 달팽이도 말을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에 있는 초록 식물들도 다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재미난 상상을 해보며 나만의 '동화'스러운 소설을 머리속으로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