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엄마 따라 미술관을 자주 따라다녔다. 무슨 그림을 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 날은 날씨가 포근하고 따뜻했던건 기억이 난다. 자주 사주신 달콤한 아이스크림 덕분인지 몰라도 덩달아 미술관과 그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바로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이  어린 날 행복했던 때의 기분과 추억으로 데려다 준 것같은 느낌이었다. 왠지 그때 보았던 그림들 같기도 하다.

 

작가는 사랑과 타인과의 관계, 자아에 대해 겪는 소소한 경험들 가운데 항상 그림을 떠올린다. 그 안에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 병에 대한 당황, 자살한 친구에 대한 미안함. 또한 영화나 책 속에서도 떠오른다. 사랑, 배신, 외로움. 등 모든 여성이 겪고 아파했을 법한 감정들을 조용조용하게 풀어놓는다.

그림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정말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진정되고 편안해진다. 명화의 따스한 색채와 여성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자연이 눈에들오고 조금 더 보고 있으면 하나의 스토리가 보인다. 인물들의 눈빛과 손짓하나에 묻어나오는 감정을 알 것같다.

가장 맘에 든 그림은 리카르드 베리의 "북유럽의 여름 저녁"과 메리카사트의 "목욕", 앙리 루소의 "잠든집시"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북유럽의 저녁은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때 호수의 풍경을 가운데 두고  여성과 남성이 테라스에서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마주 서 함께 저 멀리 산과 호수를 바라보는 광경이다. 막 붉은 노을이 질 껏만 같은 하늘과 적당한 간격의 거리,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봄은 성숙한 사랑을 보여준다. 사랑하면 흔히 내가 없어지곤 하는 데 반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두 사람은 이성과 본능으로 각자와 서로를 바라본다. 그림이 성숙한 사랑을 이토록 제대로 보여주고 있음이 놀랍다.

 

피카소, 앙리루소 뭉크 같이 이름을 떨친 유명화가도 나오지만 대부분이 처음 듣는 화가의 작품들이다.

그래서 더욱 새롭고 눈이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많은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이다.

그림은 정신의 팍팍함을 부드럽게 해소시켜준다. 무엇보다 사람 마음을 건들고 자극하는 무언가를 확실히 갖고 있다.

그것이 따뜻하고 기분좋은 파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있었던 책이었다.

 

행복은 추구하고 마침내 성취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견하고 매순간 경험하는그 무엇이니까.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