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명화의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색채다. 따뜻함과 평온함을 자아내는 힘을 느끼는데 극적인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감정이다. 아무리 역동적이고 혁명적인 그림이라 하더라도 전혀 과하지 않고 안정적이다.

색채야 말로 그림의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일까.

소묘와 구성 등 많은 요소가 있어도 회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색이 큰 한몫을 하니깐.

아무튼 명화의 색이 내 눈과 마음을 확실하게 사로잡고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동네 뒷산의 산책을 좋아하는 것도 신선한 땅 내음도 좋지만 무엇보다 눈에 가득 차는 초록의 물결이 나를 숨쉬게 만들기 때문이다. 

명화는 생각을 하게도 만든다, 사색을 던져준다. 내 책상위 액자에는 고갱의 "우리는 오늘 시장에 가지 않을꺼야"가 놓여있다. 풍부한 색채가 일단 약간 쳐져있던 내 맘을 활력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차츰 색깔을 수를 세어보았다. 

빨강, 노랑, 보라, 초록.네가지색. 

빨간옷을 입은 여자가 중앙에 앉았네? 고갱은 왜 나무를 보라색으로 칠했을까.

고갱이 이 색깔을 골라 칠한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사색적인 고갱의 그림, 또 그밖에 많은 멋진 화가들이 그들의 작품안의 색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과 방법이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화가들의 색채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탁월하지만, 그 밖에 다른 비법이 있을꺼 같다.

그런 호기심으로 이 책을 보게되었는데 책은 좀 달랐다.

예를들어 해바라기의 색과 배경 색의 조화나, 그림이 아름다운 이유에 맞는 색의 역할등을 보고 싶었다.

초반에는 개인적인 느낌만 적어놓은거에 지나지 않아 조금 실망했다. 후반에 칼라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빨,노,초,파 각각의 색깔이 갖는 심리를 명화를 통해 보여준다. 클림트 "다나에"의 황금빛이 유발하는 파괴할수 없는 호화로움이나, 고흐 "아를의 무도회장"의 노란색이 주는 불안함과 부정적인 인상.

 

엘 그레코의 그림도 기억에 남는다.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경배하는 두 기증자"에서 확연하게 돋보이는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검정은 눈을 쉬게하고, 흰색은 눈의 활동을 자극하는데 그림의 양쪽에 흰색옷을 입은 남자와 검은색을 입은 남자가 나란히 있다. 하지만 옷깃의 카라는 서로의 반대색이다. 검고 흰 구름이 격정적이고 예수의 하의에 걸친 흰 누더기 옷도 검은배경과 대비된다. 검고 흰 색이 춤추는 이 그림은 쉼과 활동이 끊임없기 때문에 우리의 눈이 운동성을 느끼는 것이다.

아우구스트 마케 "산책" 의 초록과 빨강의 강렬한 보색효과도 인상깊었다.

화가들은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내려 수많은 색을 섞어보기도 했을거고, 색채연구가의 논문을 읽고 공부도 하고, 과거 대가들의 그림도 연구를 했을것이다. 끊임없는 노력에다 자신의 감각을 더한 끝에 볼수록 마음을 끄는 색채의 그림을 완성했다.

그림이 조금 부족한거 같고  구체적인 깊이와 흥미가 약간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색이 미치는 힘이 크고 화가들이 색채연구에 많은 노력에 힘썼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