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텔레비젼 토크쇼에서 이와 비슷한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모 연애인이 너무나 급해서 공공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볼일을 봤는데, 휴지가 없더랍니다.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결국 남이 쓰고 버린 부분을 재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텔레비젼에 나올 만큼 이런 황당한 경우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일 거라 여겨집니다. 

이 책 표지에서 보여지듯이 여자아이의 손에는 두루마리 휴지의 빈 껍데기만 손에 들려 있습니다. 집에는 휴지를 갖다줄 사람이 없구요. 
우리집 5살짜리 쌍둥이 중 한 아이에게 이럴 경우 어떻게 할 건지 물었더니  엄마가 올때 까지 기다렸다가 휴지를 받아서 닦을 거랍니다. 엄마인 저와 떨어 진적이 없으니 엄마가 없는것은 상상이 안되나 봅니다. 만약 휴지 없다고 안 닦고 옷을 올렸다면 어떻게 될까? 했더니 아이들 얼굴을 찡그립니다. 당연히 팬티에 응가가 묻어서 엉거주춤 걸어갈 것을 상상했겠죠.

책 속의 주인공 클레오는 이런 상황에서 재미있는 상상을 합니다.
눈이 세개 달리고, 이빨이 날카롭게 생긴 파란 괴물은 동생들이 휴지를 먹어버려서 닦을 휴지가 없습니다.  -커다란 덩치에 작은 찻잔 같은 변기에 앉아있는 괴물의 모습에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키득키득 거립니다.  
우물같이 생긴 변기에 똥을 누는 용은 자신의 콧김에 휴지가 다 타버렸다네요. 안타깝게도.
나무밑에서 응가를 하던 코끼리는 휴지는 없는데, 나무위에 작은 나뭇잎이 하나 달랑거립니다.
아이들에게 과연 그 큰 코끼리가 작은 나뭇잎을 사용했을까 라는 물음을 던졌더니 쌍둥이 둘다 사용했을  거라고 하네요. 아마 그랬다면 코끼리의 손에 똥이 잔뜩 묻어 있겠죠. 어휴~~
불공평하게도 작은 생쥐에겐 굉장히 큰 나뭇잎이 떨어졌는데 말입니다.코끼리와 가까이 있다면 바꾸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모래위에 똥을 눈 사자는 정말 안됐습니다. 엉덩이를 닦을 만한것이 가시돗인 선인장 밖에 없습니다. 과연 선인장으로 뒷처리를 했을까요? 사자가 선인장으로 엉덩이를 닦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었더니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대고 "앗 따가워"라며 펄쩍 뛰는 시늉을 합니다, 아이들과 이렇게 상상하며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게 여겨집니다.

똑똑! 누군가 클레오의 화장실에 문을 두드렸어요. 불쑥 들어온 파란색 괴물 손 위에 휴지가 올려져 있네요. 결국 클레오는 무사히 엉덩이를 닦고 나올 수 있었겠죠.
책의 처음 간지 부분에는 두루마리 휴지의 빈 껍데기만 그려져 있고, 뒷부분의 간지엔 쓰지 않은 두루마리 휴지가 잔뜩 그려져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지 이야기 해 보도록 유도하는 것도 아이들의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수 있었던 정말 유쾌한 그림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