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운동을 할 때 참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 때가 나를 만나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기도 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땀 흘리고 운동을 한 후 명상하듯 눈을 감고 있으면 많은 상념들이 떠오른다. 그럴 때 신기하게도 내게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얻곤 했다. 이런 명상의 시간을 꾸준히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삶의 깊이를 더해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내 주위에 모든 것이 소중하다고 느껴질 때가 그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과 마음을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책의 저자가 고전 읽기를 '정신 체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글을 만나면 내 머리가 깨어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된다. 평소 딱딱하게 굳어있던 뇌가 조금씩 스트레칭을 하며 뭉친 근육이 풀리듯 유연해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유연해진 나의 정신은 평소 무심했던 영역까지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고 미처 몰랐던 소소한 깨달음까지 얻게 된다. 글을 통해 나와 세상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혼란스럽기만한 일상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살자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기도 있다. 

 한동안 이 책《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내게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함께 했다. 이 책은 회사 임원분께서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에게 선물해 주신 책이다. 직접 전달 받은 책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주신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좋은 책은 주위에 권하기도 하고 선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데 그런 마음이셨으리라 추측할 뿐이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이 책은 그냥 한 번에 후딱 읽어 내려갈 책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시간 딱 한 테마씩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아 시간을 두고 조금씩 읽어왔던 책이다. 나의 아침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다.

   책 속에 인용한 철학고전들을 모두 내가 직접 찾아 읽기엔 힘들 것 같다. 게다가 짧게 인용된 글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글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쉽게 글을 풀어놓은 저자의 배려 때문이라 생각한다. 단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왠지 무게있는 철학적인 주제 한가지를 쉽게 배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여기엔 무거운 철학적인 주제들을 현실감있는 비유를 통해 풀어나가는 저자의 통찰력이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제목만으로 주눅이 들었던 책을 끝까지 놓지않고 읽게 된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 책을 언제 다시 보게 될지 기약할 순 없지만 내 독서 습관이 단순히 양으로 승부하는 데서 실속 위주의 책읽기로 바뀔 때 다시한번 보게 될 책 중 하나란 사실은 분명하다. 매일 아침을 내게 가장 중요한 일들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중요한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면 아마 내 책읽기 습관도 바뀔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든 명상을 하든 책을 읽든 하루 중 적어도 한 때는 혼자 조용히 내안의 나를 찾아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느낀다. 그 시간이 바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고 일상의 혼란스러움에서 나를 찾고 내 삶의 균형을 잡아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