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예술한다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홍대 앞 상상사진관.  바로 이 곳이 스토리 디자이너 김탁환이 쓰고, 이미지텔러 강영호가 찍은 소설 <99>의 주요 무대이다.  상상사진관의 주인은 이 책의 공동저자인 강영호와 동명이인으로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하는 일도 강영호와 같은 사진작가이다.  총 7개의 애피소드로 구성된 이 소설은 상상사진관에 드라큘라 성을 짓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드라큘라 성 맨 꼭대기에 올린 유령선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연작장편소설이라는 이름처럼 모든 애피소드들이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연결고리를 잃지 않고 구성되어 있다.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가 생각을 나누며 작업했다는 두사람의 후기의 말처럼 사진과 글은 각각 독립적인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실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설 속 내용들이 모두 사실인 듯 느껴지는 이유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특정 지명들이 모두 낯익고 친근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이나 '하늘공원'과 같은 실제 지명들은 소설 속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느껴지게 하며 소설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 저자가 바라보는 도시 서울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그다지 밝은 모습이 아니다.  오직 자신만의 공간을 위해 신중하지 못한 뿔을 죽이는 '상대성인간'이나 '인간인간인간'에서 오늘 자신이 운행하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죽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도 다시 날이 밝으면 아무일 없는다는 듯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우리는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분장으로 변화된 강영호의 사진처럼 생경하게 바라보게 된다.  7개의 애피소드들의 제목이 모두 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 봐도 이 소설이 단순히 공포를 조장하는 괴기소설이 아니라는 것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99'라는 숫자는 강영호에게는 특별한 의미의 숫자인 것 같다.  그가 내놓았던 시집 <99% 진짜 같은 가짜 사랑>에서 이미 '99'라는 숫자는 등장했었다.  워낙 유명했던 그였기에 시집을 낸다는 일 자체가 이슈가 되긴 했지만 시집 내용이 사진처럼 신통치 않았는지 그렇게 조명을 받지는 못했던 책이었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생각의 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다소 모호한 장치들의 등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들이 있다.   <내가 유령선 선장이 된 이유>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드라큘라 성 맨 꼭대기에 자리잡은 유령선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100을 완전한 수라고 생각했을 때 99는 100에서 한개가 모자란 숫자, 즉 아무리 발버둥쳐도 완전해질 수 없는 인간을 비유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자신의 애인을 예쁘게 찍기위해 사진을 시작했다는 그 때부터 이미 피사체에 찍히는 인간의 모습 그 너머를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흑백의 선명한 대비로 직설적인 그의 사진들을 보니 그의 또다른 작품들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술관 전시회 일정을 살펴보니 내년 1월까지 성곡미술관에서 <99 variaitions>전시가 있었다.  이 책도 그의 전시일정에 맞춰 출판된 듯 싶다.  책 속 사진들에 매료되어 진짜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의 퍼포먼스를 보고 싶은 독자라면 아래 전시정보를 참고해서 한번쯤 미술관 나들이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직접 그의 퍼포먼스와 사진들을 보면 스토리 디자이너 김탁환 대신 강영호의 사진에 또다른 이야기를 쓸 주인공이 내가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 강영호 사진작가 전시회 일정참고: http://photo.naver.com/galleryn/74 

* 강영호 개인 블로그 : http://blog.naver.com/kyh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