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석자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15명의 일대기 중 가장 눈에 들어온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아동문학가 '윤석중'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이 노래를 부르다 잠이 든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잘 자지 않은 아이를 위해 지금까지도 입에 달고 사는 동요가 바로 <기차길 옆 오막살이>이다.  아이 때문에 평생 불렀던 노래보다 더 많은 노래를 부르게 되는 요즘, 새로 나온 재미있는 동요들이 많아도 여전히 어린시절 직접 듣고 불렀던 동요들을 아이에게 더 많이 들려주게 되는데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도 엄마가 불러주는 동요는 싫지 않은지 계속 같은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한다.  이렇게 불러주다 보면 아이도 나처럼 귀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부르게 되는 날이 올텐데 과연 이런 동요를 맨 처음 만들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동요의 원작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었다.   책 속에서 아동문학가 윤석중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에도 그저 동화작가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아이에게 즐겨 불러주는 동요들이 죄다 그가 만든 것들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졸업식 때 단골처럼 등장하던 <졸업식의 노래>, 어린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어린이날 노래>,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내게 붙여진 별명과 같은 동요인 <새나라의 어린이>도 그가 만들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한 나라의 국민이면서 그 나라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는 슬픔은 전쟁세대가 아닌 나나 내 아이는 알지 못한다.  우리말을 쓰지 못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말을 사랑하며 어린이들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했던 그의 일대기를 읽으니 국어를 제쳐두고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현 시대가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인터넷을 발달과 함께 사라지고 새롭게 변형되는 한글을 보면 이미 세상을 떠난 그도 슬퍼할 것 같다.   그가 그러했듯 나도 내 아이에게 만큼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주 사용하고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는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은터라 자연스럽게 미술인들부터 찾아 읽게 되었는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이중섭이나 김수근 외에 고미술품 수집가 '전형필'님에 대해 알게 되어 반가웠다.  미술관 관람 동호회에서 해마다 찾아다녔던 간송미술관이 그의 호를 따서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간송미술관에 세워진 동상을 보기는 했지만 비문에 적힌 글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을 뿐더러 전시되는 작품을 보느라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그 주인공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우리 문화재의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하며 문화재가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위해 전 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던 그의 열정과 애국심은 경건한 마음마저 느끼게 하였다.  간송미술관은 일년에 두번씩(5월, 10월) 그것도 딱 2주간 전시하기 때문에 늘 줄을 서서 관람해야 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문화재를 생각하는 그의 뜻을 쫓아 문화재의 보호를 위해 그러했을 거라 생각하니  지금까지 불평했던 마음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앞서 말했듯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고 15인의 일대기를 엮어 놓은 것이라 예술인들 각자가 걸었던 삶에 대한 평가는 생략되어 있다.  어떤 길을 걸었든 이들 모두는 예술을 위해 살았고 예술을 위해 죽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민족주의는 불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세상에서 그들의 행보가 후세인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시대마다 사람들마다 다를테니 저자는 그들에 대한 평가의 부담스러움을 아마도 독자들에게 남겨놓은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의 혼을 불살랐던 15인의 이름을 보고 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지금까지 아이에게 불러주던 동요의 원작자도 모르던 무식쟁이 아줌마는 원작자를 알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